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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이야기

기업은 탄소를 왜 사고팔까? 진짜 돈 되는 구조

by idea-4 2025.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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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론

탄소를 사고판다는 개념은 한때 생소했지만, 이제는 글로벌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크레딧을 구매하고 거래하는 핵심 경영 전략이 되었습니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시대, 기업들은 실제로 줄이기 어려운 배출분을 외부에서 구매한 탄소 크레딧으로 상쇄(Offset)하고 있으며, 반대로 감축 실적을 창출한 기업은 이를 판매해 수익을 얻는 구조도 함께 형성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기업들이 탄소를 왜 사고팔고, 그것이 어떻게 실제 '돈'이 되는지를 제도, 전략, 수익 구조 관점에서 명확하게 풀어드립니다.

 

기업은 탄소를 왜 사고팔까? 진짜 돈 되는 구조
탄소 배출

 

탄소 감축의 비용과 한계, 크레딧으로 해결하는 이유

기업이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가장 먼저 선택하는 전략은 내부에서의 에너지 효율 개선, 재생에너지 전환, 친환경 설비 도입 등 직접 감축(Direct Reduction)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모든 기업이 단기간 내 모든 배출을 없앨 수는 없습니다. 감축 기술이 없거나, 비용이 과도하게 들거나, 공급망 전체를 제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내부 감축만으로는 넷제로(Net Zero)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제조업체는 공정 자체가 고에너지 기반이거나 원자재 수급망의 탄소배출까지 관리해야 하는 Scope 3 영역이 광범위합니다. 이 경우 기업이 직접적으로 줄일 수 있는 범위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비용입니다. 초기 감축은 단위 비용 대비 효율이 높지만, 감축 목표가 높아질수록 한 톤당 감축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합니다. 이때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 바로 탄소 크레딧 구매를 통한 외부 상쇄(Offset)입니다.

탄소 크레딧은 다른 곳에서 인증된 탄소 감축 실적을 구매해, 자사의 감축 목표 일부를 ‘대신’ 달성하는 수단입니다. 단순한 꼼수가 아니라, 국제적으로 인정된 제도적 장치이며, 이미 수많은 글로벌 기업이 공식적인 감축 로드맵 안에 크레딧 상쇄를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이 구조는 감축 유연성을 높이는 동시에, 실질적인 환경 기여를 지속 가능하게 만듭니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탄소 크레딧은 감축 포트폴리오를 최적화하는 도구입니다. 예산과 기술 한계를 고려해 내부에서 가능한 만큼 감축하고, 나머지는 외부의 고품질 감축 프로젝트를 통해 상쇄하는 방식은 가장 효율적인 접근입니다. 이는 특히 단기적으로 넷제로를 선언한 기업이나, 투자자·고객·규제 기관의 압박을 받고 있는 기업에게 현실적인 대응 전략이 됩니다.

또한, 탄소 크레딧은 회계적으로도 유용한 구조를 갖습니다. 크레딧 구매 비용은 운영 비용으로 처리될 수 있으며, 향후 ESG 회계 기준이 강화될 경우 탄소 자산·부채로 명시적으로 관리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즉, 감축이 곧 숫자로 드러나고, 이는 기업의 재무 상태, ESG 평가, 투자 유치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결국 크레딧을 구매하는 이유는 단순히 규제를 피하거나 이미지 제고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명확히 비용 대비 효율이 높은 전략적 선택이며, 점점 더 정교해지는 탄소회계와 ESG 공시 구조 속에서 생존을 위한 경영 판단이 되고 있습니다. 기업이 내부 감축의 한계를 인식하고, 외부 상쇄를 적절히 병행하는 구조를 이해해야 탄소 전략이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기업이 탄소를 사는 이유: 규제, 투자, 브랜드 전략까지

기업이 탄소를 구매하는 이유는 단순한 자발적 감축 의지를 넘어서, 제도적 대응, 투자 전략, 기업 이미지 관리 등 경영 전반에 걸친 목적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탄소 크레딧은 이제 ESG 보고서에 들어가는 한 줄짜리 항목이 아니라, 경쟁력 확보와 생존을 위한 핵심 경영 도구로 기능하고 있는 것입니다.

가장 첫 번째 이유는 규제 대응입니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활동하는 기업이라면 지역별 탄소정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구조에 놓여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유럽연합(EU)의 CBAM(탄소국경조정제도)는 수출입 기업의 탄소배출량을 기준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정책으로, 이를 회피하거나 비용을 줄이기 위해 탄소배출량을 상쇄하거나 감축하는 실적이 필요합니다. 이에 따라 탄소 크레딧 구매는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 작동합니다.

두 번째는 ESG 투자 및 공시 대응입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연기금, 기관투자자들은 기업의 ESG 성과를 평가할 때 탄소배출 감축 전략, 넷제로 목표, 상쇄 활동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합니다. CDP, TCFD, SBTi와 같은 글로벌 프레임워크에서는 Scope 3(공급망 배출) 감축까지 요구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자발적 탄소 크레딧을 구매한 내역과 품질 기준을 공시하는 것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탄소 크레딧 구매는 이런 평가 항목에서 리스크 회피와 가점 확보를 동시에 가능하게 합니다.

세 번째는 공급망 압박과 고객 대응입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월마트와 같은 대기업들은 이미 공급망 전반에 탄소감축 목표를 요구하고 있으며, 하청 기업들이 감축 계획을 제출하거나 크레딧 구매 내역을 보고하지 않으면 계약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이처럼 탄소 감축 실적은 이제 단일 기업의 과제가 아닌, 연쇄적 요구 사항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중소기업조차 탄소 크레딧을 통해 대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여 있습니다.

네 번째는 브랜드 전략과 소비자 신뢰 확보입니다. MZ세대 소비자와 B2B 고객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친환경성, 탄소중립 기여 여부, 기업의 기후행동을 주요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자사 홈페이지, 제품 포장,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서 “본 제품은 탄소중립 인증을 받았습니다”, “1개 구매 시 1톤 감축 기여” 등의 메시지를 사용하고 있으며, 그 근거가 바로 크레딧 구매와 상쇄 활동입니다.

다섯 번째는 내부 직원, 채용, 조직문화 차원의 가치 창출입니다. 친환경 기업이라는 이미지는 고객뿐 아니라 인재 확보와 직원의 자부심, 조직문화 형성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줍니다. 특히 ESG 인식이 높은 인재를 유치하려는 기업일수록, 탄소 크레딧을 통한 적극적인 기후 행동은 차별화된 경영 전략으로 작용합니다.

마지막으로, 리스크 헤지와 유연한 감축 전략으로서의 기능입니다. 규제 강화가 예고되거나, 배출권 단가가 상승하는 상황에서는 선제적인 크레딧 확보가 비용 예측과 리스크 관리에 효과적입니다. 특히 고품질 크레딧은 이후 가격 상승 가능성도 존재하기 때문에, 조기 확보가 오히려 비용 절감 및 자산화 효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결국 기업이 탄소를 구매하는 이유는 단순한 규제 회피나 이미지 개선에 그치지 않고, 비즈니스 모델과 재무 전략 전반을 아우르는 통합적 기후 대응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탄소 크레딧은 선택이 아니라,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전략적 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탄소를 팔아 수익 내는 구조: 프로젝트 개발과 유통 전략

탄소를 구매하는 기업이 있는 한, 반대로 탄소를 줄이고 그 실적을 탄소 크레딧 형태로 발급받아 판매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도 존재합니다. 이 구조는 단순한 환경 기여를 넘어, 감축 실적이 직접적인 금융 자산화로 이어지는 메커니즘을 기반으로 합니다. 특히 산업별 감축 기술이나 자연기반 해법(Nature-based Solutions)을 활용한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기업은 탄소를 ‘팔아서 돈을 버는 구조’를 실현할 수 있습니다.

탄소 크레딧 수익화의 첫 단계는 감축 실적을 인증 가능한 형태로 구조화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감축 활동에 앞서 국제 인증기관(예: Verra, Gold Standard, ACR 등)에 프로젝트를 등록해야 하며, 해당 프로젝트가 추가성(additionality), 측정 가능성(measurability), 검증 가능성(verifiability), 지속성(permanence)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이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이후 발급받은 크레딧의 신뢰도와 시장 가치를 좌우하는 핵심 과정입니다.

그다음은 MRV(측정·보고·검증) 체계를 통한 실적 입증입니다. 감축 실적이 발생하면, 이를 정량화해 보고서로 작성하고, 제3자 검증기관(VVB)의 현장 실사 및 검토를 거쳐 인증기관이 이를 승인하게 됩니다. 이 절차를 통과한 감축 실적은 탄소 크레딧 단위(VCU, VER 등)로 전환되며, 등록일, 배출량, 프로젝트 고유 ID, 위치, 인증방식 등이 포함된 형태로 공식 발급됩니다.

크레딧이 발급되면, 다음은 판매 및 유통 전략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방식은 국제 탄소 크레딧 거래소를 통한 유통입니다. 예:

  • Xpansiv CBL Exchange
  • AirCarbon Exchange (ACX)
  • Climate Impact X (CIX)

이런 거래소에 크레딧을 등록하고 실시간 시세로 매도할 수 있으며, 특히 인증기관에서 고품질로 분류된 프로젝트는 프리미엄 가격으로 거래되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는 등록 수수료, 거래 수수료, 유통 요건 등이 적용되므로 사전 파악이 중요합니다.

다른 한 축은 직접 계약 방식(PPA형 장기 매입계약)입니다. 넷제로 공시가 필요한 대기업들은 매년 안정적으로 사용할 고품질 크레딧을 확보하기 위해, 프로젝트 개발자 또는 크레딧 보유 기업과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합니다. 이 구조는 예측 가능한 현금 흐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프로젝트 기반 기업에 매우 유리합니다. 특히 커스터마이즈된 상쇄 전략이 필요한 기업과의 협업은 크레딧 단가를 더 높일 수 있습니다.

또한, 일부 기업은 자사 내 감축 프로젝트를 통해 크레딧을 발급받고 이를 재판매하거나, ESG 마케팅의 수단으로 활용합니다. 예를 들어, 바이오차 생산기업, 스마트팜 운영기업, 친환경 건축기업 등은 자사의 기술로 줄인 탄소배출량을 인증받고, 이를 크레딧으로 전환해 외부 기업에 판매하거나, 자사 제품에 ‘탄소중립 실현 기여’라는 스토리텔링 요소로 삽입해 브랜드 프리미엄을 형성합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크레딧 품질에 따른 가격 차별 전략입니다. 동일한 1톤 감축이라도, 감축 방식이 자연 기반인지, 사회적 가치(SDGs 기여)가 포함돼 있는지, 인증기관이 어디인지에 따라 단가가 3~5배까지 차이 납니다. 예를 들어, 산림보존 프로젝트(블루카본, REDD+)나 여성 일자리 창출형 프로젝트는 투자자와 구매자에게 ESG 가치를 동시에 전달할 수 있어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일부 스타트업이나 사회적 기업은 크레딧을 자산화해 ESG 펀드와 연계하거나, 담보로 활용하여 자금조달에도 활용하고 있습니다. 크레딧은 거래 가능한 실물자산이기 때문에, 일정 요건만 충족한다면 녹색채권(Green Bond), ESG 연계 대출, 크라우드펀딩 등 다양한 방식의 금융 상품화가 가능합니다.

결국, 탄소 크레딧은 감축 실적을 전략적으로 설계하고, 인증을 통해 자산화하며, 이를 다양한 유통 채널로 판매하는 구조가 정립돼야 수익이 발생하는 탄소 사업 모델이 완성됩니다. 이는 단순한 환경 대응을 넘어, 지속가능한 기후 비즈니스의 핵심 모델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결론 - 탄소는 이제 기업의 비용이자 수익이며, 전략 자산입니다

탄소 크레딧은 단순한 환경 대응 수단이 아닌, 기업 경영과 재무 전략의 핵심 도구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감축 실적을 보완하고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구매, 브랜드 가치와 투자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확보, 그리고 감축 실적을 수익으로 전환하는 판매까지 — 탄소는 기업 활동 전반에 직접적인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자산이 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탄소를 줄일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탄소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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