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기후위기 대응이 전 세계적인 의무로 떠오른 가운데, 기업의 자발적 감축을 중심으로 한 탄소시장, 즉 VCM(Voluntary Carbon Market)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도 탄소중립 2050 달성을 위해 규제 기반의 K-ETS 외에 VCM 활성화를 시도하고 있으며, 이는 ESG 경영 대응과 민간 참여 확대를 위한 핵심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한국 VCM 시장의 등장 배경과 활용 사례, 그리고 앞으로의 전략 과제를 중심으로 시장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한국 VCM 시장의 등장 배경과 정책 흐름
한국은 2015년 배출권거래제(K-ETS)를 도입하며 규제 기반의 탄소시장을 운영해 왔지만, 기업들의 감축 부담이 증가함에 따라 자발적 탄소시장(VCM)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에 정부는 민간 주도의 감축 활동을 제도화하기 위한 정책적 전환에 나서고 있으며, VCM은 그 중심에 있습니다.
한국의 VCM(자발적 탄소시장)은 국가 탄소중립 목표와 기업의 ESG 경영 수요가 맞물리며 점차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기존의 K-ETS(배출권거래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배출량을 규제하고 거래를 허용하는 구조이지만, 이 제도만으로는 전 산업군과 다양한 감축 방식의 수용이 어렵다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특히 중소기업, 서비스업, 농업 등은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거나 감축 여력이 부족해 자발적 감축 시장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정부는 민간 참여를 유도하고 실질적인 감축 활동을 제도적으로 인정하기 위해 자발적 감축 실적 인증 제도(K-VCM) 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K-VCM은 법적 의무와 무관하게 기업이나 단체가 자발적으로 시행한 온실가스 감축 프로젝트의 결과를 인증하고, 해당 실적을 탄소크레딧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입니다. 이는 단순히 크레딧을 발급하는 것을 넘어, 민간 주도의 기후 행동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특히 K-VCM은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의 보완적 수단으로 설계되고 있으며, 탄소시장에 유연성과 확장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기존 ETS에 참여하지 못하는 기업도 자체 감축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이를 인증받아 크레딧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참여 범위가 넓어지고, 시장이 다양화됩니다.
정책적으로도 K-VCM은 ESG 경영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 제도를 통해 발급된 크레딧을 기업의 ESG 평가에 반영하거나, 공공조달 가점, 인센티브 제공 등의 방식으로 제도적 유인을 부여하고 있으며, 일부 지자체에서는 지역 기반 VCM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연계하는 시도도 진행 중입니다.
또한 국제적으로는 Verra, Gold Standard 등과 같은 인증 기관 기준을 일부 반영하거나 협업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어, 국내 크레딧의 글로벌 통용성 확보를 위한 기반도 함께 마련되고 있습니다. 향후에는 국외 프로젝트에 대한 참여 허용, 디지털 기반 검증(MRV) 체계 구축 등도 병행될 예정으로, 한국 VCM 시장의 제도적 기반은 빠르게 진화 중입니다.
정리하자면, 한국의 VCM 시장은 규제 탄소시장(K-ETS)을 보완하는 동시에, 민간 주도의 기후 행동을 제도적으로 수용하려는 흐름 속에서 성장하고 있습니다. 정부 정책의 방향성은 분명하며, 앞으로는 실효성과 신뢰성 확보를 위한 기술, 기준, 국제 협력의 정교화가 관건이 될 것입니다.
ESG 경영 대응 속 VCM의 실질 활용 사례
ESG 경영이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투자 유치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으면서, 자발적 탄소시장(VCM)은 실질적인 실행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탄소배출 감축, 브랜드 이미지 제고, ESG 평가 대응 등 다양한 목적 아래 VCM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국내 ESG 경영의 확산은 자발적 탄소시장을 실질적으로 활용하는 배경이 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기업의 기후 대응이 친환경 이미지 제고나 리스크 완화에 그쳤다면, 이제는 투자자 설득, 공급망 관리, 글로벌 경쟁력 확보라는 보다 실질적인 목적 아래 탄소감축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VCM은 규제시장 외부에서 탄소중립 목표를 이행하고자 하는 기업에게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국내 대기업들은 해외 프로젝트를 통한 고품질 탄소크레딧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SK, 삼성, LG, 포스코 등은 산림복원, 재생에너지, 메탄 감축 등 다양한 유형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거나, 검증된 크레딧을 외부에서 구매해 스코프1·2는 물론 스코프3(간접 배출)까지 대응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이는 글로벌 ESG 평가기관이 요구하는 탄소 회계의 정밀화와도 직결되며, 투자자 신뢰 확보에 핵심적으로 작용합니다.
또한, VCM을 활용한 탄소크레딧은 단순한 상쇄(offset) 기능을 넘어 보고(reporting) 및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서의 가치를 갖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나 ESG 보고서에서 VCM을 통한 감축 실적을 명시하고 있으며, 이는 시장의 신뢰를 얻는 중요한 도구가 됩니다. 특히 국내 상장 기업의 경우, 탄소감축 실적이 K-ESG 지표나 한국거래소의 ESG 공시 의무화 대상과 연계되며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VCM은 브랜드 전략과 마케팅 측면에서도 활용됩니다. 친환경 인증 제품, 탄소중립 선언, 탄소중립 제품 인증(카본 뉴트럴 제품) 등 다양한 형태로 소비자와의 접점이 강화되고 있으며, 이는 기업의 친환경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 효과로 이어집니다. 예컨대 한화, 아모레퍼시픽, 롯데 등은 자체 감축 프로젝트 외에도 소비자 참여형 캠페인과 연계한 탄소중립 활동을 통해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아직 VCM 크레딧의 가격 정보, 품질 기준, 거래 구조가 명확히 정립되지 않았지만, 일부 기업들은 글로벌 표준을 적용해 사전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특히 금융권에서는 VCM 연계 ESG 금융 상품 개발이 진행 중이며, 은행과 자산운용사는 투자처의 탄소중립 전략과 크레딧 활용 여부를 투자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는 기업의 VCM 전략이 단순한 환경 활동이 아니라, 금융 접근성 향상과 자본 유입 전략의 일부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VCM은 ESG 경영에서 단순히 ‘감축 노력’의 증빙을 넘어, 평가, 마케팅, 자금 조달, 리스크 대응까지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기업 전략의 핵심 도구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들이 앞으로 이 시장을 어떻게 활용하고, 자체 감축과 외부 구매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가 ESG 경쟁력의 핵심 요소가 될 것입니다.
한국 VCM 시장의 과제와 글로벌 경쟁력 확보 전략
한국 VCM 시장은 빠르게 성장 중이지만, 아직 국제 표준과의 정합성, 크레딧 품질 관리, 제도화 미비 등의 문제로 인해 시장 신뢰도와 확장성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향후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인증 체계 정비, 기술 기반 거래 인프라, 국제 협력 전략이 필수적입니다.
한국의 VCM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크지만, 여전히 여러 구조적 과제와 개선 필요성을 안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탄소크레딧의 품질 기준과 인증 체계의 일관성 부족입니다. 국내 감축 프로젝트를 통한 크레딧 발급 기준이 명확하지 않거나, 국제 인증 기준과의 호환성이 낮아 글로벌 유통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국내 기업이 국내에서 생성한 크레딧을 외부에 활용하기 어렵게 만들고, 결국 해외 고품질 크레딧 구매에 의존하는 현상으로 이어집니다.
또한 VCM 거래의 투명성과 신뢰성 확보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현재까지 국내에는 VCM 관련 통합 거래소나 인증된 디지털 플랫폼이 없으며, 거래 구조 또한 중앙집중형이 아닌 개별 기업 또는 기관 주도 형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시장 전반의 가격 정보 부족, 거래 절차의 비표준화, 이중계산(Double counting) 우려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블록체인 기반의 거래 투명성 확보, 실시간 MRV(측정·보고·검증) 시스템 도입, 공공기관 중심의 플랫폼 구축 등이 필요합니다.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국제 인증기관과의 연계가 중요합니다. ICVCM의 ‘Core Carbon Principles’, Verra, Gold Standard 등의 기준을 국내 제도에 반영하고, 국내 크레딧이 글로벌 시장에서 통용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또한 한국형 크레딧(K-VCM)이 해외 프로젝트나 다국적 기업들과 호환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VCM의 국제적 확장성을 높여야 합니다.
금융 연계도 중요한 전략 중 하나입니다. 탄소크레딧을 기반으로 한 ESG 금융 상품, 탄소 ETF, 지속가능채권(SLB) 등의 개발은 VCM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는 핵심 수단입니다. 현재 일부 금융기관이 VCM 연계 펀드나 대출 상품을 시도하고 있으며, 정부 차원의 인센티브 구조가 더해진다면 시장 참여도는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이는 중소기업의 참여를 촉진하고, 탄소감축의 산업 생태계 전환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가 차원의 통합 로드맵입니다. 규제시장(ETS)과 자발적 시장(VCM)을 이원적으로 운용하되, 양 시장의 연계성과 상호 보완 구조를 정립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특정 기준 이상 품질의 VCM 크레딧을 ETS 감축 실적으로 일부 인정하는 방식은 민간 참여를 촉진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정부는 민간 프로젝트 개발자에게 제도적 안정성과 세제 혜택을 제공해 자발적 감축 생태계를 키워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한국 VCM 시장의 글로벌 경쟁력은 제도 정비, 기술 도입, 국제 협력의 삼각축 위에서 완성될 수 있습니다. 민간 주도의 기후 행동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신뢰받는 시장이 먼저 조성돼야 하며, 지금이 바로 그 체계를 설계할 결정적 시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결 론 - VCM은 한국의 기후경영을 연결하는 ‘민간의 다리’다
한국의 VCM 시장은 탄소중립 실현과 ESG 경영 확산을 위한 핵심 인프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규제 탄소시장(K-ETS)의 한계를 보완하고, 민간이 주도하는 기후 행동을 제도적으로 수용하려는 전환점에 선 지금, 신뢰 가능한 크레딧 기준과 글로벌 정합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정부, 기업, 금융권이 함께 협력하여 VCM 생태계를 구축한다면, 한국은 기후리더십과 지속가능한 성장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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