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기후위기는 전 세계 모든 국가가 직면한 공통 과제이지만, 개발도상국은 기술력과 재정력, 감축 역량 측면에서 구조적인 한계를 안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탄소중립을 위한 국제적 연대와 시장 기반 해법이 절실히 요구되는 가운데, 자발적 탄소시장(VCM)은 개발도상국에 실질적 기회를 제공하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VCM은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온실가스 감축 크레딧 거래 방식으로, 감축 의무가 없는 국가나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개발도상국은 자연 기반 자원이 풍부하고, 비용 대비 높은 감축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어 VCM을 통해 국제 감축 수요를 흡수하는 유리한 위치에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개발도상국이 VCM을 활용해야 하는 이유, 주요 국가의 정책과 프로젝트 사례, 그리고 향후 신뢰성 확보와 국제협력을 위한 전략적 방향까지 종합적으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개발도상국과 VCM: 왜 필요한가?
개발도상국은 온실가스 감축 역량과 기후재정 접근성에서 구조적인 제약을 안고 있습니다. 파리협정 이후 글로벌 감축 목표는 확대되었지만, 재원과 기술의 불균형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VCM은 개발도상국이 국제 기후시장에서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기회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는 전 지구적 문제이지만, 그 대응 능력은 국가마다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개발도상국은 산업화 과정에서 발생한 역사적 배출에 대한 책임은 적지만, 오늘날 기후위기의 피해에는 훨씬 더 취약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이처럼 구조적인 불균형은 국제사회에서 ‘기후 정의(Climate Justice)’라는 화두를 낳았으며, 이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책 중 하나로 자발적 탄소시장(VCM)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VCM은 규제 기반의 배출권 거래제(ETS)와 달리, 감축 의무가 없는 기업이나 국가가 자발적으로 탄소배출 감축 활동에 참여하고, 이를 크레딧 형태로 거래하는 방식입니다. 이 구조는 감축 여력이 풍부하지만 자금과 기술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에게 기회가 됩니다. 산림 보존, 재생에너지, 농업 효율화, 폐기물 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감축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이를 통해 국제 자본과 기술을 유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많은 개발도상국은 자연 기반 자원(Nature-based Solutions)이 풍부하며, 인건비나 사업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아 감축 단가(tCO₂e당 비용)가 경쟁력 있는 수준으로 유지됩니다. 이는 민간 기업 입장에서 보다 효율적인 탄소 상쇄 수단으로 작용하며, 개발도상국 프로젝트에 대한 수요를 높이는 원인이 됩니다. 그 결과, 감축 효과는 높이고, 현지 일자리와 수익창출에도 기여하는 다중효과(Multiple Benefits)가 발생하게 됩니다.
또한, VCM을 통한 국제 협력은 기술 이전과 역량 강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 탄소배출 감축을 위한 측정·보고·검증(MRV) 체계를 도입하거나, 크레딧 발행을 위한 국제 인증기관의 기준을 따르는 과정에서 개발도상국은 자체적인 기후 대응 역량을 축적하게 됩니다. 이처럼 VCM은 단기 수익을 넘어서 장기적인 기후 대응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하나의 촉진제로 기능할 수 있습니다.
특히 파리협정 이후에는 국가 간 협력 기반의 탄소시장 메커니즘인 Article 6과 연계된 논의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VCM 참여를 통해 향후 규제 기반 시장으로의 전환도 준비할 수 있습니다. 개발도상국은 초기에는 자발적 시장 참여를 통해 경험을 축적하고, 이후 국가 감축 목표(NDC)와 연계된 보다 정교한 탄소시장 전략으로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개발도상국에게 있어 VCM은 감축 목표 달성의 수단이자, 국제기후체제에서의 주체적 참여 기회를 확보하는 통로입니다. 감축 잠재력과 자원은 존재하지만, 이를 실현할 기술과 자본이 부족한 상황에서, VCM은 현실적이고 실행 가능한 해법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를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민간 부문의 지원 체계가 병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주요 국가별 VCM 정책 및 사례 분석
자발적 탄소시장은 선진국뿐 아니라 개발도상국에서도 실제적인 기후 정책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REDD+, 재생에너지, 농업·임업 전환 등 지역 특성을 반영한 프로젝트가 활발히 운영 중이며, 이에 대한 정부의 제도적 지원도 점차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대표 사례를 통해 각국의 전략을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개발도상국은 지역 자원과 특성을 기반으로 다양한 형태의 VCM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각국은 자국의 정책 목표와 연계하여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브라질, 케냐,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은 자발적 탄소시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국제 크레딧 발행 및 유통 구조를 발전시켜가고 있습니다.
브라질은 대표적인 REDD+(산림전용 및 황폐화 방지) 프로젝트 중심 국가입니다. 아마존 열대우림을 보유한 브라질은 세계 최대 규모의 산림 탄소 저장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이를 활용한 REDD+ 기반 프로젝트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민간 개발자와 지방정부가 협력하여 산림 파괴를 방지하고, 그로 인해 확보된 탄소흡수량을 국제 인증기관을 통해 VCU(Verified Carbon Units)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브라질 정부는 최근 VCM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산림 보호 지역의 토지권, 프로젝트 등록 절차 등에 대한 지침을 마련해 제도 기반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케냐와 탄자니아는 농업·에너지 전환 분야에서의 VCM 프로젝트가 두드러집니다. 특히 바이오차(Biochar) 기술, 재생 가능한 조리용 연료 공급, 저탄소 농법 등의 소규모 프로젝트들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으며, 대부분 지역 커뮤니티와 직접 연결되어 있어 사회적 공동편익(co-benefits)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탄자니아는 이러한 프로젝트를 통해 농촌 지역의 에너지 접근성과 건강 수준을 동시에 향상시키고 있으며, 케냐는 자국 인증기관과의 연계성을 높이며 지역 내 감축 활동의 공식화와 제도화를 추진 중입니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는 국토 기반 탄소사업을 정부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사례입니다. 두 나라는 해안선과 열대림, 농업 지역이 광범위하게 분포해 있어 REDD+와 블루카본 프로젝트가 동시에 적용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국내 자체 인증체계를 도입해 VCM 내에서의 주권적 역할을 강화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은 2022년 ‘국가 탄소시장 로드맵’을 발표하고, VCM 프로젝트 등록 기준, MRV 프로토콜, 국제 인증과의 정합성 확보 방안 등을 담은 정책을 수립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환경부 산하의 탄소거래 플랫폼(CME: Carbon Market Exchange)을 통해 민간 프로젝트의 등록과 거래를 통합 관리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국가감축목표(NDC)와의 연계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이처럼 각국은 VCM을 단순한 자금 유입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을 넘어서, 제도화와 자국 감축 목표와의 연계를 통해 지속가능한 구조로 전환하려 하고 있습니다.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흐름은 △자국 인증체계의 구축, △국제 인증기관과의 정합성 확보, △프로젝트 품질 기준의 강화, △지속적인 모니터링 및 검증 체계 정립 등입니다.
국가별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개발도상국의 VCM 참여는 자원 활용뿐 아니라 정책 연계와 제도 기반의 강화 여부에 따라 지속 가능성과 신뢰성이 좌우됩니다. 단순한 크레딧 판매를 넘어, 기후 거버넌스의 주체로 전환하는 과정이 이제 본격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VCM 신뢰성 확보를 위한 과제와 국제 협력 방안
자발적 탄소시장이 글로벌 기후행동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크레딧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 과제입니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프로젝트는 감축 실효성과 사회적 수용성 측면에서 더 높은 기준이 요구되며, 국제적 기준과의 정합성과 협력 체계 구축이 병행돼야 합니다.
VCM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면서 시장 내에서는 탄소크레딧 품질에 대한 검증 요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일부 프로젝트에서 ‘진짜 감축 효과가 있었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며, 시장 전반의 신뢰성에 영향을 주는 사례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VCM 프로젝트는 제3자 검증, 추가성 평가, 모니터링 체계가 미비한 경우가 많아 신뢰성 확보가 가장 시급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먼저, 추가성(Additionality)은 VCM 크레딧 품질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프로젝트가 기존 정책이나 시장 환경이 아닌, VCM을 통해서만 실현되었는지를 명확히 입증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철저한 기준과 투명한 검증이 필요합니다. 개발도상국에서는 이를 위한 측정·보고·검증(MRV) 체계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국제 인증기관과의 협업을 통한 역량 강화가 중요합니다.
또한 중복 방지(Non-Double Counting)도 핵심 이슈입니다. 동일한 감축 실적을 두 개 이상의 크레딧으로 중복 등록하거나, 자국 감축 목표(NDC)에 포함시키는 동시에 해외에 판매하는 이중계산 문제는 시장 신뢰를 크게 저해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UN과 국제 인증기관들은 프로젝트 등록 시점부터 국가 단위의 감축 실적 보고 시스템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파리협정의 Article 6.2와 6.4 메커니즘과의 연계도 중요한 전략 과제입니다. Article 6.2는 국가 간 탄소 감축 실적의 양자 간 거래를 허용하고 있으며, 6.4는 UN이 직접 관리하는 국제 감축시장(글로벌 시장 메커니즘)을 구축하는 내용입니다. 개발도상국의 VCM 프로젝트가 이 구조와 정렬될 경우, 크레딧의 공신력을 확보하고, 향후 규제 시장으로의 통합 가능성도 열리게 됩니다.
국제 인증기관(Verra, Gold Standard 등)과의 협업은 이러한 신뢰성 확보의 핵심 축입니다. 많은 개발도상국은 아직 자체 인증체계가 미비하거나 국제 기준과의 정합성이 부족한 상황이므로, 외부 인증과 공동 기준 마련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최근에는 Integrity Council for the Voluntary Carbon Market(ICVCM)이 제시한 Core Carbon Principles(CCPs)가 국제 품질 표준으로 확산되면서, 개발도상국도 이에 맞춘 크레딧 발행 구조 개편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지역사회 수용성 확보는 지속 가능한 프로젝트 운영의 전제 조건입니다. 주민 참여, 수익 공유, 문화적 민감성 고려 등이 포함된 프로젝트는 크레딧 구매자에게도 높은 ESG 가치를 인정받습니다. 이를 위해 각국 정부와 개발 파트너 간의 협력이 더욱 촘촘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종합적으로 볼 때, 개발도상국의 VCM 확대는 단순한 시장 참여를 넘어 글로벌 탄소시장 구조의 신뢰성 회복과 제도 통합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습니다. 크레딧 품질, 국제 정렬성, 지역 수용성을 함께 갖춘 프로젝트는 향후 Article 6 연계 시장에서도 중요한 교환 자산이 될 것이며, 이를 위한 국제 협력의 틀을 지금부터 구축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결론 - 개발도상국의 VCM 참여는 기회이자 책임입니다
개발도상국은 풍부한 자연 자원과 높은 감축 잠재력을 바탕으로 자발적 탄소시장(VCM)에서 중요한 공급 주체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기술과 재정 여건의 한계를 시장 기반 메커니즘을 통해 보완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국제 감축 수요와 연결되는 기회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VCM의 활성화는 단순한 크레딧 발행을 넘어, 품질 기준 정립, 국제 제도와의 정합성 확보, 지역사회 수용성 등 다차원적인 신뢰성 확보 노력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특히 파리협정 Article 6과의 연계를 염두에 두고, 장기적으로 규제 시장과 자발적 시장의 통합 흐름 속에서 지속 가능한 구조를 설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VCM은 개발도상국에게 탄소 감축의 기회인 동시에, 글로벌 기후 정의 실현에 기여할 수 있는 책임의 통로입니다. 향후 민관 협력, 국제기구 지원, 역량 강화 프로그램이 종합적으로 작동해야만 VCM이 진정한 기후 해법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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