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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이야기

탄소 크레딧 가격은 어떻게 정해지는가 – 산림 프로젝트 기준의 수익 계산법

by idea-4 2025.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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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 탄소를 줄이면 수익이 생긴다? 그렇다면 가격은 누가 정할까

산림을 가꾸거나 보호해서 탄소를 줄이면 탄소 크레딧이 생기고, 이를 시장에서 판매하면 수익이 발생한다. 이 구조는 이제 많은 기업과 기관, 심지어 개인에게까지 널리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하나 남는다. 탄소 크레딧 1톤은 얼마일까? 산림에서 만들어진 감축 실적이 실제로 어떤 기준에 따라 ‘돈’이 되는지를 이해하지 못하면, 사업을 계획할 때 수익을 예측하기 어렵고, 참여 여부를 결정하는 데도 혼란이 생긴다. 이 글에서는 산림 기반 탄소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탄소 크레딧의 가격이 어떤 구조로 정해지는지, 수익은 어떤 방식으로 계산되는지를 정리해본다.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실전 투자와 사업 검토에 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작성했다.

 

탄소 크레딧 가격은 어떻게 정해지는가 – 산림 프로젝트 기준의 수익 계산법
탄소 발생

 

1. 탄소 크레딧 가격, 시장에서 어떻게 결정되는가

탄소 크레딧의 가격은 정부가 일괄적으로 고시하는 것이 아니라, 각기 다른 시장 구조와 인증방식에 따라 다양하게 결정된다. 크게 보면 탄소시장에는 규제시장(Compliance Market)과 자발적 시장(Voluntary Carbon Market)이 있다. 규제시장은 정부가 의무감축 할당을 하고, 초과 감축분을 배출권으로 거래하는 시스템으로, 한국의 K-ETS나 유럽의 EU ETS가 여기에 해당한다. 반면 자발적 시장은 탄소중립을 위한 기업의 ESG 전략 또는 탄소 상쇄를 목적으로, 정부 규제와 무관하게 탄소크레딧을 자율적으로 발행하고 구매하는 구조다. 산림 프로젝트는 주로 자발적 시장에서 거래되며, 가격 형성에도 훨씬 더 다양한 요소들이 작용한다.

 

가격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는 크레딧의 '신뢰성'과 '부가 가치'다. 어떤 인증 기관에서 어떤 기준으로 발행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예를 들어, Verra의 VCS(Verified Carbon Standard)나 Gold Standard 같은 국제 인증을 받은 크레딧은, KCER나 국내 인증에 비해 가격이 높다. 왜냐하면 글로벌 기업들이 자체 넷제로 목표 달성을 위해 구매할 때, 이들 기준을 우선적으로 신뢰하기 때문이다. 또한 프로젝트의 위치, 사회적 영향력, 생물다양성 보호 여부 등의 '코베니츠(Co-benefits)'가 함께 포함된 경우, 동일한 감축량이어도 프리미엄이 붙는다. 이것이 바로 산림 기반 프로젝트가 일반적인 에너지 효율 프로젝트보다 시장 가격이 더 높게 형성되는 이유다.

 

시장 자체의 수요와 공급도 중요한 변수다. 예를 들어, 특정 연도에 유럽 기업들이 스코프 3 대응을 본격화하면 REDD+나 산림 기반 크레딧의 수요가 늘어나고, 이에 따라 가격도 상승한다. 반대로, 글로벌 경제 위기나 제도 혼란이 생기면 거래가 위축되며 가격도 하락할 수 있다. 실시간 시세는 거래소보다는 민간 중개 플랫폼, 블록체인 기반 마켓플레이스, 또는 NGO 연합체의 공시자료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아직 표준화된 하나의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 이 분야의 또 다른 특징이다.

 

 

 

2. 산림 크레딧의 평균 단가와 수익 예측 방법

그렇다면 산림 기반 탄소 프로젝트의 경우, 어느 정도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서는 먼저 크레딧 단가의 평균값을 파악해야 한다. Verra 기준의 산림 크레딧은 1톤당 평균 5~15달러 수준에서 거래되며, REDD+ 기반이거나 지역사회와 연계된 경우에는 20달러를 초과하는 사례도 있다. 반면 국내 KCER 기반 산림 크레딧은 거래소 시세 기준 1톤당 10,000원에서 15,000원 사이로 형성되어 있다. 여기에 인증 수수료, 검증비용, 사업 운영비 등을 고려해야 하므로, 실제 수익은 총 발행량 대비 단가에서 비용을 제외한 순이익 구조로 계산해야 한다.

 

예를 들어 보자. 어떤 조림 프로젝트가 연간 500톤의 탄소를 흡수한다고 가정하자. 이 프로젝트가 Verra 기준으로 인증을 받아 VCU(Verified Carbon Unit)로 등록되었고, 판매 단가는 평균 12달러라고 하면, 총 수익은 6,000달러가 된다. 여기에 인증수수료(10%), 검증비용(1,500달러), 운영비용(1,000달러)를 제외하면 실제 순수익은 약 3,900달러 수준이다. 하지만 동일한 프로젝트가 KCER 기준으로 등록되어 1톤당 12,000원에 판매된다면, 총 수익은 600만원이 되며, 국내 검증비용이 더 저렴한 경우 실수익은 오히려 높아질 수도 있다. 이처럼 크레딧 단가 자체보다는 전체 비용 구조, 시장 접근성, 수수료 체계까지 함께 고려해야 수익성 판단이 가능하다.

 

또한 산림 프로젝트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흡수량이 증가하거나 고정되기 때문에, 다년간 프로젝트로 설계하고, 연 단위 감축 실적을 나눠서 인증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이때 중요한 변수는 감축량의 안정성이다. 만약 산불이나 병해충으로 인해 탄소흡수량이 급격히 감소하거나 손실이 발생하면, 발행 예정 크레딧이 줄어들 수 있으며, 일부 인증기관은 이를 대비해 '버퍼'를 설정하고 일부 크레딧을 보류하기도 한다. 따라서 산림 크레딧 수익은 단순 계산이 아니라, 리스크 관리와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3. 프리미엄 크레딧을 만들기 위한 전략적 조건

가격과 수익을 높이려면 단순한 산림보존만으로는 부족하다. 프리미엄 크레딧을 만들기 위해 프로젝트 설계 단계에서부터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첫 번째는 인증 선택이다. 앞서 언급한 Verra, Gold Standard 같은 국제 인증을 목표로 삼되, 해당 기준에서 요구하는 요소들을 충족시켜야 한다. 예를 들어 이해관계자 참여 절차, 성별 영향 분석, 지역사회 개발계획 등 다양한 사회적 요소가 포함되어야 하며, 이러한 기준을 사전에 반영하지 않으면 인증 과정에서 리젝될 수 있다.

 

두 번째는 '추가성'과 '지속 가능성'의 증명이다. 해당 산림이 본래 어떤 위협에 노출되어 있었는지, 프로젝트가 없었다면 어떤 변화가 있었을지를 데이터로 설명해야 하며, 프로젝트가 종료된 이후에도 흡수효과가 유지될 수 있다는 구조를 제시해야 한다. 이때 위성 기반 분석, 수치 모델링, 장기 생장예측 등이 중요한 설득 도구가 된다. 이 모든 과정은 감축 실적을 ‘신뢰 가능한 자산’으로 전환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

 

세 번째는 부가 가치 설계다. 지역사회에 어떤 경제적 이익이 돌아가는지, 생물다양성 보호나 토착지식 보전 등 환경 외적인 효과가 어떤 방식으로 발현되는지를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이는 단지 보고서 상의 한 문단이 아니라, 실질적 예산 배분, 참여 구조, 커뮤니케이션 방식으로까지 구체화되어야 하며, 최근 글로벌 바이어들은 이러한 ‘코베니츠’가 반영된 크레딧에 대해서는 30% 이상의 가격 프리미엄도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바 있다. 결국 프리미엄 크레딧이란 더 많은 나무를 심는 것이 아니라, 더 잘 설계된 프로젝트에서 탄생하는 것이다.

 

 

 

결론 – 숫자에만 집중하면 놓치는 것이 있다

탄소 크레딧은 분명히 숫자 기반의 상품이지만, 그 가치는 단순한 감축량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어떤 프로젝트에서 나왔는지,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 사회와 환경에 어떤 긍정적 영향을 미쳤는지가 최종 가격을 결정짓는다. 산림 탄소사업을 수익화하려면, 가격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구조 설계부터 인증 방식, 위험관리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탄소를 줄이는 것은 수학이지만, 크레딧을 만들고 거래하는 일은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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