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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이야기

CBAM 시대, 산림 크레딧이 기업에 주는 전략적 가치

by idea-4 2025.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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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 탄소는 더 이상 비용이 아니다. 전략이다

2026년부터 유럽연합이 본격적으로 시행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단순한 무역 규제를 넘어, 기업이 탄소배출을 관리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 이제 수출을 하는 기업들은 제품의 가격보다 ‘제품을 만들기 위해 발생한 온실가스 양’을 더 먼저 설명해야 하는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대기업뿐 아니라 협력사, 1차 공급망, 심지어 원자재 수급 기업까지 모두 포함되는 범위로 확장된다. 이 흐름 속에서 주목받는 것이 바로 산림 기반 탄소크레딧이다. 산림을 보존하거나 조성함으로써 생성된 탄소감축 실적은 단순한 환경기여를 넘어, 이제 기업이 탄소 규제를 회피하고, ESG 평가를 높이며,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한 실질적인 수단이 된다. 이 글에서는 CBAM이 어떤 제도인지, 산림 크레딧이 왜 주목받는지, 그리고 실제 기업이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정리한다.

 

CBAM 시대, 산림 크레딧이 기업에 주는 전략적 가치
탄소 발생 이미지

 

1. CBAM은 무엇이고, 왜 기업을 바꾸고 있는가?

CBAM(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은 유럽연합(EU)이 자국 내 탄소규제의 효과를 수입 제품에도 동일하게 적용하기 위해 도입한 새로운 무역 제도다. 쉽게 말해, 유럽 기업들은 탄소배출에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데, 규제가 없는 국가의 저탄소 제품이 저렴하게 수입되면 시장 왜곡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한 제도다. CBAM은 철강, 알루미늄, 비료, 수소, 시멘트, 전기 등 6대 품목에 대해 시범 적용되며, 2026년부터는 본격적인 과세가 시작된다. 핵심은 수출 기업이 해당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배출한 탄소량을 명확히 보고하고, 그 양에 상응하는 탄소비용을 유럽에 납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간접 배출(Scope 2)’이나 ‘공급망 배출(Scope 3)’까지도 기업이 책임져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CBAM이 요구하는 보고 기준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ISO 14067(제품 탄소발자국)와 유사하며, 공정별 배출량, 원자재 추적, 에너지 사용 구조까지 분석이 요구된다. 한국의 중견·중소 수출기업 입장에서는 탄소배출량 자체보다 ‘어떻게 보고하고 대응할 것인가’가 더 큰 과제가 된다. 따라서 기업은 이제 탄소배출을 줄이거나, 그에 상응하는 감축 실적을 보유하는 것이 단순한 친환경 이미지 차원이 아니라, 수출을 지속하기 위한 경쟁 전략이 된 셈이다.

 

이 시점에서 산림 기반 탄소크레딧은 단순한 선택지가 아니라 유력한 대응 옵션으로 떠오른다. 특히 CBAM은 감축 실적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구조를 요구하기 때문에, 기업 자체적인 감축만으로는 부족하고, 외부 감축과 상쇄 수단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산림 크레딧은 감축 단가가 비교적 저렴하면서도, 국제 인증을 통해 상쇄 효과를 공신력 있게 입증할 수 있는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2. 산림 크레딧은 어떻게 CBAM 대응 수단이 되는가?

산림 크레딧은 숲을 보존하거나 조성함으로써 흡수된 이산화탄소를 정량화하여 발행되는 탄소감축 실적이다. 일반적으로 Verra의 VCS, Gold Standard, REDD+ 등의 국제 인증 기준에 따라 발행되며, 자발적 탄소시장(VCM)에서 기업들이 구매해 상쇄 목적으로 활용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산림 크레딧이 단순한 이미지 제고용이 아니라, 실제 탄소 규제 대응 수단으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CBAM은 기본적으로 수출 제품의 생산 전과정을 들여다본다. 즉,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사용된 전기, 원자재, 운송수단 등 모든 요소의 배출량이 추적 대상이다. 예를 들어, 철강 제품을 수출하는 기업이 있다면, 그 철강을 생산하기 위해 사용된 전력의 탄소배출계수까지 계산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발생한 총량에 대해 보고하고 탄소세를 납부해야 한다. 이때 기업이 자체 감축만으로 탄소부담을 줄일 수 없는 상황에서는 자발적 탄소크레딧을 구매해 상쇄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대안이 된다.

 

산림 크레딧은 특히 다음과 같은 장점을 가진다. 첫째, 감축 단가가 낮다. 평균적으로 에너지 효율 개선, 산업 폐열 회수 등보다 감축 비용이 적기 때문에, 동일한 비용으로 더 많은 크레딧 확보가 가능하다. 둘째,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인증체계가 존재한다. Verra, Gold Standard, REDD+ 등은 국제 NGO와 다국적 기업들이 인정하는 기준이기 때문에, CBAM 대응 시에도 ‘신뢰 가능한 실적’으로 간주될 수 있다. 셋째, ESG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다. 산림 보존은 단순한 탄소 저감뿐 아니라 지역사회 기여, 생물다양성 보호 등의 효과까지 포함되므로, 기업의 CSR 활동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또한 유럽을 중심으로 일부 CBAM 적용 대상국은 자발적 크레딧의 상쇄 효과를 일정 부분 인정할 수 있다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으며, 이는 2026년 이후 탄소비용 회피 또는 보완 수단으로 산림 크레딧의 수요를 더욱 끌어올릴 전망이다.

 

 

 

 

3. 기업이 산림 크레딧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3가지 방식

산림 크레딧은 단순 구매가 아니라 전략적 활용의 도구다. 실제로 글로벌 ESG 선도 기업들은 산림 크레딧을 단순히 비용 지출 항목이 아닌, 기업 가치 제고와 리스크 회피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수단으로 운영하고 있다. 다음은 국내 기업들도 적용 가능한 대표적 전략 세 가지다.

 

첫째는 자체 프로젝트 참여 또는 공동 투자 모델이다. 기업이 직접 산림 크레딧을 구매하는 대신, 산림조성 프로젝트에 자본을 투자하거나, 지역 공동체와 함께 크레딧을 발행하는 구조를 선택할 수 있다. 이 방식은 크레딧 단가를 낮추는 동시에, 기업의 참여도를 높여 ESG 평가에서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한다. 최근에는 블록체인 기반 크레딧 관리 플랫폼을 통해 투명성과 이력 추적도 가능해졌기 때문에, 기업이 소유권과 투명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둘째는 Scope 3 상쇄용 포트폴리오 구축이다. 많은 수출기업이 직면한 과제는 자사의 직접 배출보다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간접 배출이다. 이 영역은 줄이는 것도 어렵고, 계산조차 쉽지 않다. 이때 산림 크레딧을 장기 계약 방식으로 구매하거나, 연 단위로 일정량을 확보해 두는 구조를 통해 Scope 3에 대응하는 포트폴리오를 설계할 수 있다. 실제로 글로벌 소비재 기업은 연간 Scope 3 배출량의 일정 비율을 산림 기반 크레딧으로 상쇄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이를 탄소감축 로드맵에 포함해 기관투자자에게 공시하고 있다.

 

셋째는 브랜드 마케팅과 연계한 ESG 전략이다. 산림 크레딧은 탄소 상쇄 외에도 ‘친환경 가치 실현’이라는 스토리를 갖고 있기 때문에, B2C 기업에게는 브랜드 차원의 마케팅 전략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예를 들어 “당신이 이 제품을 구매하면, 아마존 숲 1㎡가 보존됩니다”라는 메시지는 실질 감축량 외에도 소비자의 감정적 만족을 유도하며, 이는 ESG 브랜드 가치 상승으로 이어진다. 특히 친환경 소비를 중시하는 Z세대를 타겟으로 한 마케팅에서는 크레딧 보유 사실 자체가 경쟁력이 될 수 있다.

 

 

 

결론 – 탄소는 규제인 동시에 기회다

CBAM은 기업에게 새로운 부담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기회이기도 하다. 단순히 탄소세를 피하기 위한 대응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탄소를 관리하고, 감축 실적을 자산으로 바꾸는 기업만이 변화하는 시장에서 살아남는다. 산림 크레딧은 그 전략의 핵심 자원이 될 수 있다. 숲을 지키는 일이 수출을 지키는 일이 되는 시대, 지금이 바로 준비할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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