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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이야기

Scope 3 완전 정복: 공급망 탄소 배출 관리법

by idea-4 2025.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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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 가장 보이지 않는 탄소가, 가장 큰 부담이 되다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기준이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공장 굴뚝에서 나오는 직접 배출(Scope 1)만 관리하면 충분했지만, 이제는 전기를 어디서 어떻게 써왔는지도 보고해야 하고(Scope 2), 나아가 협력업체, 유통, 소비자 사용 단계에서의 배출까지 추적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이 마지막 범위가 바로 Scope 3, 즉 공급망과 간접 배출에 해당하는 영역이다. 문제는 Scope 3가 전체 배출의 70% 이상을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데이터가 복잡하고 측정이 어렵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BAM, SBTi, ESG 평가, 금융권 공시요구 등에서 Scope 3는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는 핵심 영역이 됐다. 이 글에서는 Scope 3가 무엇이고, 어떤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실제로 어떻게 측정하고 관리할 수 있는지에 대해 실무적으로 정리해본다.

 

Scope 3 완전 정복: 공급망 탄소 배출 관리법

1. Scope 3란 무엇이며 왜 관리가 어려운가?

Scope 3는 GHG Protocol에서 정의한 탄소배출의 세 번째 범위로, 조직의 운영 경계 밖에서 발생하지만 기업의 활동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온실가스 배출을 뜻한다. Scope 1이 직접 배출, Scope 2가 간접 에너지 사용 배출이라면, Scope 3는 제품의 원재료부터 폐기, 물류, 출퇴근, 심지어 고객이 제품을 사용하는 과정에서까지 발생하는 배출을 모두 포함한다. 전체적으로 Scope 3는 총 15개 항목으로 분류되며, 이 중에서 자주 관리되는 항목은 ▲구매한 상품 및 서비스, ▲자본재, ▲물류, ▲사업장 폐기물, ▲출장, ▲직원 출퇴근, ▲제품 사용단계, ▲제품 폐기 등이다.

 

Scope 3가 어려운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데이터 확보가 어렵다. 직접 소유하고 있는 시설이 아니라 외부 공급망, 물류사, 고객단의 데이터까지 수집해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배출계수의 정확성이 떨어진다. 실제 사용량이 아니라 평균값이나 외부 DB를 활용한 추정치로 계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밀하게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해외 공장에서 납품받은 부품 하나의 제조에 들어간 전력 사용량이나, 포장재의 수송 중 배출량을 직접 측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또한 Scope 3의 배출이 높다고 해서 기업이 직접 줄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협력업체의 설비 효율, 유통사의 운송 방식, 고객의 소비패턴까지 기업이 통제할 수 없는 요소가 많다. 이 때문에 Scope 3는 ESG 공시나 감축 목표 수립 시, ‘보고는 하되 책임은 명확하지 않은 회색 영역’으로 남아 있었지만, 최근에는 SBTi(과학기반 감축목표)나 CBAM 등의 규제가 Scope 3까지 포함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관리가 요구되고 있다.

 

 

 

2. Scope 3 배출량 측정 방법 – 실무자는 무엇부터 해야 할까?

Scope 3를 측정하려면 먼저 조직의 경계(organizational boundary)를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전사 차원인지, 특정 사업 부문인지, 혹은 제품 단위인지에 따라 계산 범위가 달라진다. 그 다음 단계는 각 항목별 데이터를 수집하고, 배출계수를 적용하여 이산화탄소 환산값을 도출하는 것이다. GHG Protocol이나 ISO 14064-1 기준에 따라 대부분 아래와 같은 수식이 사용된다.

 

배출량 = 활동자료(Activity data) × 배출계수(Emission factor)

 

예를 들어, 포장재 1톤을 구입했다면, 해당 포장재의 평균 제조과정 배출계수(예: 2.7kgCO2e/kg)를 곱해 전체 배출량을 계산한다. 데이터가 직접 측정되지 않을 경우, LCA(Life Cycle Assessment) 데이터베이스나 정부 배출계수 DB를 참조해야 한다.

 

실무적으로는 우선 ‘가장 큰 항목부터’ 관리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일반적으로 Scope 3 전체 배출의 70% 이상은 ▲구매한 원재료, ▲물류, ▲사용단계 세 가지 항목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이 세 가지 항목의 배출량 추정을 우선적으로 수행한 후, 나머지 항목을 단계적으로 확장하는 것이 좋다. 특히 공급망에서 온실가스가 많이 발생하는 산업군(예: 철강, 섬유, 전자부품 등)은 협력사 대상의 데이터 요청(서베이)을 통해 주요 배출원을 확보하는 것이 기본이다.

 

또한 Scope 3는 단순 배출량 측정을 넘어서, 공급망 전반의 탄소 리스크를 구조적으로 파악하는 도구로도 활용된다. 예를 들어, 특정 협력사가 탄소 배출량이 높은 방식으로 원재료를 생산하고 있다면, 장기적으로 그 공급망은 규제 리스크를 안고 있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업은 구매 전략을 조정하거나, 협력사에 감축 목표를 부여하고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는 등 적극적인 공급망 관리로 확장할 수 있다.

 

 

 

3. Scope 3 대응 전략 – 감축, 상쇄, 그리고 보고

Scope 3를 관리하는 방법은 단순히 배출량을 줄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감축이 어려운 영역도 많기 때문에, 기업은 감축과 상쇄, 그리고 투명한 보고의 세 가지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 첫 번째 전략은 공급망 중심 감축이다. 협력사와의 계약서에 감축 조건을 포함시키거나, 저탄소 소재를 우선 구매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글로벌 IT 기업은 협력사를 대상으로 ‘탄소 감축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일정 기간 내 감축 계획이 없으면 공급 계약을 갱신하지 않는 방식으로 Scope 3 관리를 실행하고 있다.

 

두 번째는 상쇄(Offset) 전략이다. 감축이 어렵거나, 시간상 단기간 내 감축이 불가능한 영역에 대해서는 탄소크레딧을 구매하여 배출량을 상쇄하는 방식이다. 앞서 설명한 산림 기반 크레딧은 Scope 3 대응 수단으로 매우 적합하다. 특히 제품 사용단계나 폐기단계에서 발생하는 탄소는 기업이 직접 감축할 수 없기 때문에, 그 배출량만큼의 상쇄 조치를 취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된다. 이러한 상쇄는 자발적 탄소시장(VCM)에서 국제 인증을 받은 크레딧을 구매하여 활용할 수 있다.

 

세 번째는 보고체계 구축이다. Scope 3는 그 특성상 의심받기 쉬운 데이터이기 때문에, 정확한 측정보다 일관된 기준과 투명한 공시가 중요하다. ESG 공시 프레임워크(TCFD, CDP 등)에 따라 Scope 3 항목을 별도 공개하고, 데이터 출처, 추정 방식, 불확실성 수준을 명확히 밝히는 것이 신뢰도를 높이는 핵심이다. 특히 SBTi에 감축목표를 제출하는 경우, Scope 3가 전체 배출의 40% 이상이라면 감축 목표 제출이 필수이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배출량 경로 예측도 함께 포함되어야 한다.

 

 

 

결론 – 가장 복잡한 영역이, ESG의 실력을 가른다

Scope 3는 숫자보다 신뢰가 중요하고, 측정보다 전략이 중요한 영역이다. 가장 많은 배출이 있지만 가장 관리하기 어려운 이 범위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기업의 ESG 실력을 판가름한다. 단순한 계산을 넘어, 공급망 전반의 구조와 흐름을 바꾸는 방향으로 접근할 때, Scope 3는 부담이 아닌 기회로 바뀔 수 있다. 이제는 보이지 않는 탄소까지 설계하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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