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루에 배출하는 탄소량, 직접 계산해봤다 – 탄소 감축의 출발점은 나의 숫자 알기
기후 위기라는 말은 자주 듣지만, 막상 ‘내가 얼마나 탄소를 배출하는지’는 계산해 본 적이 없었다. 나 혼자 내는 탄소량이 얼마나 되겠냐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어느 날 ‘탄소발자국 계산기’라는 걸 알게 되었고, 호기심 반으로 직접 내 하루 탄소 배출량을 측정해봤다. 예상보다 훨씬 많은 수치가 나왔고, 나는 그 순간부터 내가 매일 어떤 방식으로 지구에 부담을 주고 있는지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탄소중립은 국가나 기업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은 가장 가까운 시작점은 바로 내가 하루 동안 만든 탄소의 무게를 인식하는 데 있었다. 지금부터 내가 직접 측정한 탄소 배출량과 그 경험, 그리고 거기서 깨달은 탄소 감축 실천의 방향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1. 탄소발자국 계산기 체험 – 내가 만든 탄소는 생각보다 무거웠다
처음 사용한 것은 온라인에 무료로 공개된 탄소발자국 계산기였다. 사용자는 자신의 생활 습관을 바탕으로 일일 또는 연간 탄소 배출량을 추산할 수 있다. 입력 항목은 꽤 많았다. 하루에 전기를 얼마나 사용하는지, 교통수단은 무엇인지, 음식을 어떻게 소비하는지, 일회용품이나 배달은 얼마나 자주 이용하는지까지 다양했다. 나는 일상 그대로를 입력했다. 아침마다 전기밥솥을 사용하고, 출퇴근은 대중교통을 이용하지만 가끔 택시도 타며, 점심은 외식이나 배달 위주, 커피는 하루 두 잔 정도 테이크아웃. 그리고 샤워 시간은 평균 10분 정도.
이 모든 항목을 입력하고 나서 나온 수치는 하루 평균 약 18kg의 이산화탄소 배출이었다. 이 숫자는 단순히 기계적인 계산값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나는 곧바로 그 무게를 상상하게 되었다. 생수 2L짜리 페트병 9개 분량의 탄소를 매일 공기 중에 흘려보내고 있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이 수치는 1년으로 환산하면 약 6.5톤. 이는 소나무 한 그루가 30년 동안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량의 10배에 해당한다. 단 하루도 예외 없이 그렇게 살고 있다면, 내가 만든 탄소의 그림자가 얼마나 무거운지를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수치를 ‘체감’하는 순간, 나의 생활 방식 하나하나가 온실가스와 연결되어 있다는 현실이 보였다.
2. 일상 속 주요 탄소 배출 항목은 무엇이었나 – 가장 큰 원인은 음식과 소비 습관
하루 동안 내가 만든 탄소를 항목별로 나눠서 보면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건 바로 음식 소비였다. 특히 외식, 배달, 육류 중심 식사, 포장 식품 등은 모두 높은 탄소 배출 요소로 평가됐다. 내가 자주 먹는 햄버거나 닭강정 도시락은 단순히 칼로리 높은 식단일 뿐 아니라, 생산과 운송, 포장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를 소비하는 고탄소 식사였다. 소고기 100g이 만들어내는 탄소는 27kg, 치킨 100g도 6kg 이상이다. 이런 식사를 하루에 한 번 이상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탄소 지수는 높게 유지될 수밖에 없었다.
다음으로는 교통수단이었다.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고 있지만, 가끔씩 타는 택시나 자가용 이동이 문제였다. 특히 승용차를 혼자 타고 이동했을 때, km당 평균 150g 이상의 탄소가 배출되었고, 짧은 거리라도 여러 번 반복되면 꽤 많은 양이 쌓였다. 그리고 간과하기 쉬운 일회용품 사용 역시 눈에 띄게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종이컵, 빨대, 테이크아웃 용기, 배달 포장, 비닐봉투는 하루 한두 개만 사용해도 500g 이상이 추가로 배출되었다. 매일 반복되는 무심한 소비가 쌓이면, 그것은 지구에 반복되는 상처가 된다.
마지막으로는 전기와 물 사용이다. 집에서의 샤워 시간, 전기밥솥, 냉장고, 조명 사용 습관 등도 모두 탄소와 직결된다. 특히 겨울철 온수 사용이 늘어나면 탄소량은 급격히 증가한다. 이처럼 나는 매일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탄소를 만들고 있었다. 그동안 당연하다고 여긴 일상이 사실은 탄소라는 결과를 낳는 선택의 연속이었다.
3. 내가 실천한 탄소 줄이기 – 숫자가 줄수록 마음도 가벼워졌다
탄소배출량을 직접 계산하고 나서 나는 바로 실천에 들어갔다. 제일 먼저 바꾼 건 배달음식 줄이기였다. 외식이나 배달 대신 도시락을 싸거나 간단한 한 끼 요리를 해먹는 것만으로도 하루 1kg 이상의 탄소를 줄일 수 있었다. 다음은 고기 섭취 줄이기였다. 고기를 완전히 끊는 건 어렵지만, 일주일에 3번은 채소나 두부 위주로 식사했다. 그 결과 체감 탄소량이 꾸준히 줄어들었고, 식비도 함께 절약되었다.
교통수단도 조금씩 바꿨다. 2km 이내의 거리는 되도록 도보로 이동하고, 택시 이용은 가급적 줄였다. 집에서는 플러그를 뽑아두는 습관, 샤워 시간을 2분 단축하기, 세탁기를 한 번 덜 돌리는 등 작은 변화들을 실천했다. 그리고 매일 아침, 커피를 마실 때 텀블러를 사용하는 습관을 완전히 정착시켰다.
가장 신기했던 건, 탄소 배출량이 줄어들수록 ‘내가 나에게 자랑스러워졌다’는 점이다. 무게가 줄어든 건 탄소뿐만이 아니었다. 쓰레기가 줄어들고, 집이 덜 지저분해지고, 생활이 단순해지면서 나는 더 이상 ‘불필요한 소비의 피로감’을 느끼지 않았다. 탄소 수치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감각으로 느껴지는 변화는 분명히 존재했다. 그렇게 내 하루의 무게는 점점 가벼워졌고, 나는 더 나은 삶을 선택하고 있다는 뿌듯함을 가질 수 있었다.
결론: 나의 탄소를 아는 것이 곧 지구를 지키는 첫걸음
탄소 감축은 거창한 계획이나 고가의 친환경 제품 없이도 시작할 수 있다. 내가 하루에 얼마나 배출하고 있는지를 ‘숫자로’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행동은 달라진다. 직접 계산한 나의 탄소 발자국은, 그동안 무심히 지나친 소비 습관을 되돌아보게 해줬고, 내가 실천할 수 있는 감축 방법들을 스스로 찾아나갈 수 있게 해줬다. 모든 실천은 이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오늘 나는 몇 kg의 탄소를 만들었을까?” 그 답을 아는 순간, 우리는 더 나은 방향으로 걸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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