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기후위기 대응이 기업의 핵심 전략 과제로 부상하면서, 자발적 탄소시장(VCM)은 단순한 상쇄 수단을 넘어 ESG 경영의 주요 전략 도구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기존의 규제 기반 탄소 감축만으로는 부족한 현실에서, 고품질 크레딧을 통한 외부 상쇄는 넷제로 이행, 투자자 대응, 공급망 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 실질적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VCM의 글로벌 변화 흐름과 수요 방향, 그리고 지속가능경영팀이 앞으로 준비해야 할 전략적 포인트를 단계별로 짚어보려 합니다.
VCM의 구조와 글로벌 변화 흐름: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자발적 탄소시장(VCM)은 기업, 정부, 시민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자율적으로 참여해 탄소 감축 실적을 거래하는 시장으로, 탄소 상쇄 수단을 넘어서 기후 리스크를 전략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최근 VCM은 시장 구조, 참여 주체, 인증 기준, 기술적 인프라 등 전 영역에서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이는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전략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VCM의 핵심 구성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감축 실적이 발생하면 이를 MRV(측정·보고·검증) 체계를 통해 정량화하고, Verra, Gold Standard, ACR 등 인증기관의 기준에 따라 크레딧으로 발급됩니다. 이 크레딧은 국제 거래소, 민간 거래 플랫폼, 또는 기업 간 계약을 통해 유통되며, Scope 1~3 상쇄 및 ESG 공시 대응 수단으로 활용됩니다.
최근 가장 큰 변화는 인증 기준의 상향 평준화입니다. Verra와 Gold Standard를 포함한 주요 인증기관은 프로젝트 추가성, 환경적 건전성, 이중 계산 방지, 지속성 등의 요건을 강화하고 있으며, 국제 민간 연합체인 ICVCM(Integrity Council for the Voluntary Carbon Market)는 이를 제도화하고 있습니다. ICVCM은 'Core Carbon Principles(CCPs)'를 통해 전 세계 크레딧이 공통적으로 준수해야 할 기준을 제시하고, 독립적인 검증 절차와 등록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VCM이 보다 신뢰 가능한 시장으로 성숙해지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과거에는 크레딧의 품질 편차가 크고, 프로젝트 실효성에 대한 의심이 존재했지만, 현재는 디지털 MRV(DMRV), 衛星 데이터, 블록체인 기반 투명성 확보 기술이 적극적으로 도입되며 신뢰도가 크게 높아지고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이제는 정량적이고 검증된 감축 실적을 자산화해 구매하거나 보유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또 다른 중요한 흐름은 VCM과 규제 기반 탄소시장(ETS) 간의 연결 가능성 확대입니다. 유럽연합의 EU ETS, 한국의 K-ETS 등 규제 시장은 전통적으로 독립된 구조를 유지해왔지만, 최근에는 고품질 자발적 크레딧을 부분적으로 상쇄 수단으로 수용하거나, 향후 연계를 위한 파일럿을 운영하는 등 통합 가능성을 염두에 둔 정책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파리협정 하의 Article 6.4 메커니즘이 가동되면, VCM에서 발행된 일부 고품질 크레딧이 국가 간 감축 실적으로 인정되는 길이 열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참여 주체 측면에서도 변화가 감지됩니다. 과거에는 비영리기관이나 개발 프로젝트 중심의 시장이었다면, 현재는 기술 스타트업, 대형 금융사, ESG 투자기관, 기업 ESG 부서 등 다양한 주체가 시장에 진입하고 있으며, 이는 VCM의 구조적 확장성과 신뢰성 확보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기술 기반 프로젝트(예: 탄소 포집·저장, 디지털 모니터링, 위성 감축 분석)는 정밀성과 스케일 확장의 측면에서 기업 전략과 더욱 맞닿아 있는 영역입니다.
요약하면, 현재 VCM은 단순한 자발적 상쇄 시장을 넘어 제도화, 디지털화, 통합화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이는 지속가능경영팀이 단기적 구매 전략을 넘어 중장기적 포트폴리오 설계와 리스크 대응 전략 수립을 고려해야 하는 시점임을 의미합니다. 앞으로 VCM은 기업의 ESG 전략에서 보조 수단이 아닌 핵심 실행 수단이자, 지속가능경영의 전략 축으로 자리 잡게 될 것입니다.
VCM 수요의 방향: 기업이 왜 더 많이 사게 될까?
자발적 탄소시장(VCM)의 성장은 단지 프로젝트 공급 측면뿐 아니라, 수요 확대의 구조적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글로벌 기업과 다국적 브랜드, 그리고 지속가능경영을 중시하는 중견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더 많은 탄소 크레딧을 구매하고자 하는 흐름은 앞으로 VCM 시장의 크기와 가격, 품질 기준까지 모두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입니다.
우선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Scope 3 감축 압력 강화입니다. Scope 1, 2와 달리 공급망 전반의 배출을 포함하는 Scope 3은 감축이 어렵고 불확실성이 높지만, 주요 ESG 평가기관과 공시 기준에서는 이 영역에 대한 감축 계획과 실적을 필수적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CDP, SBTi, TCFD는 공급망 관리와 상쇄 전략을 통합적으로 고려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신뢰성 있는 크레딧 구매가 감축 로드맵의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또한, 규제의 간접적 영향력 확대도 기업의 수요를 자극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수출기업에게 탄소 원가를 부과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은 실제 감축 혹은 크레딧 구매를 통한 상쇄 이력을 준비해야 합니다. 국제항공업계의 CORSIA(국제항공 탄소상쇄제도)는 항공사에 대해 고품질 크레딧 사용을 요구하고 있으며, 앞으로 해운, 화학, 철강 등 탄소 다배출 업종에 비슷한 형태의 규제가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규제 흐름은 자발적 구매이지만 사실상 반강제적 수요를 창출하는 구조입니다.
더불어, ESG 공시 제도의 강화와 투자자 요구도 VCM 수요 확대의 중요한 동인입니다. 미국 SEC는 Scope 3 포함 탄소배출 공시 의무화 방향을 설정하고 있으며, ISSB 역시 글로벌 통합 ESG 공시 프레임워크 내에서 크레딧 활용 내역과 품질 기준에 대한 정량적 공시 요구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기업은 단순한 크레딧 보유를 넘어서, 어떤 기준으로, 어느 인증기관의 크레딧을, 얼마만큼, 어떤 목적에 따라 구매했는지까지 투명하게 제시해야 하는 환경에 놓이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제도적 흐름 속에서, 기업이 구매하는 크레딧의 품질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기대치도 빠르게 상향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저렴하고 접근성이 쉬운 크레딧이 선호되었다면, 현재는 ICVCM의 CCP 기준을 충족하거나, SDGs에 기여하는 공동 편익(Co-benefit)을 가진 고품질 크레딧이 선호됩니다. 이는 프리미엄 가격 형성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기업은 가격보다 브랜드 신뢰성, 투자자 관계, 장기적 ESG 성과 확보를 위해 질 높은 크레딧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속가능경영팀의 전략 전환도 수요 확대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단기적 감축 수단으로 크레딧을 구매하는 데서 나아가, 일부 기업은 장기 계약(PPA형 크레딧 계약)이나 자체 프로젝트 개발을 통해 안정적인 감축 자산 확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는 VCM을 비용 항목이 아닌 ESG 자산으로 관리하려는 접근이며, 향후 회계처리나 ESG 평가 기준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해석됩니다.
마지막으로, 기업 내부에서도 탄소중립 목표와 연동된 KPI 설정이 일반화되며, 크레딧 구매가 단순한 선택이 아닌 조직 목표 달성의 핵심 수단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일부 기업은 부서별 탄소 상쇄 목표를 설정하고, 연간 탄소 중립 인증과 연계된 구매 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며, 이는 VCM 수요의 구조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기업이 탄소 크레딧을 더 많이 구매하게 되는 이유는 단순히 감축 한계를 보완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규제, 공시, 투자, 브랜드, 리스크 관리 등 다양한 경영 요소와 연결된 종합적인 전략 수단으로서 크레딧이 기능하기 때문이며, 이로 인해 VCM은 명확한 수요 기반 시장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지속가능경영팀은 이러한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고, 자사의 ESG 전략과 연계된 수요 구조를 선제적으로 설계해야 합니다.
지속가능경영팀이 준비해야 할 VCM 전략 체크리스트
VCM(자발적 탄소시장)의 구조와 수요 흐름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지금, 지속가능경영팀은 단순한 크레딧 구매 실행 주체를 넘어, 기후 전략과 ESG 관리의 핵심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시장의 복잡한 구조를 이해하고, 조직 내외의 환경과 리스크에 맞춘 전략적 대응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수입니다. 다음은 지속가능경영팀이 VCM과 관련해 반드시 점검해야 할 핵심 전략 체크리스트입니다.
① 프로젝트 소싱 vs 시장 구매: 전략적 선택이 필요하다
VCM 크레딧을 확보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시장에서 기존 크레딧을 구매하는 방식, 다른 하나는 자사 또는 파트너와 함께 직접 프로젝트를 개발하거나 공동투자하는 방식입니다. 단기적으로는 시장 구매가 빠르고 간편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크레딧 가격 변동성, 품질 리스크, 인증 기준 변화 등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반면 자체 프로젝트를 통해 고품질 크레딧을 확보하면 공급 안정성과 비용 절감, 브랜드 스토리텔링 측면에서 유리합니다. 자사의 감축 목표와 리스크 성향, 예산 수준에 따라 어떤 구조가 적절할지 전략적 판단이 필요합니다.
② 크레딧 품질 평가 역량 확보
Verra, Gold Standard, ACR, CAR 등 다양한 인증기관과 수많은 프로젝트 유형이 존재하는 가운데, 크레딧 품질의 객관적 평가 역량은 VCM 전략의 핵심입니다. 프로젝트의 추가성, 지속성, 사회적 공동편익(SDGs 기여), 인증 이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하며, 최근에는 ICVCM의 CCP(Core Carbon Principles) 충족 여부가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습니다. 지속가능경영팀은 신뢰 가능한 파트너사와 협업하거나, 사내에 기본적인 품질 분석 역량을 내재화해 브랜드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③ 회계·재무 연계 및 공시 기준 정비
VCM을 실제로 활용하려면, 크레딧 구매 및 사용 내역을 회계와 연계해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향후 ESG 공시 제도 강화와 함께, 크레딧 사용량, 잔존 수량, 만료 여부, 가격, 인증정보 등의 데이터 정합성이 기업 공시자료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중계산 방지나 상쇄처리 회계 기준의 준수 여부도 중요한 관리 항목이 됩니다. 지속가능경영팀은 재무·회계팀과 협업하여 이 부분의 내부 기준을 미리 수립해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④ KPI 연계 및 내부 시스템화
VCM 활용 전략이 지속가능경영팀의 외부 보고용 활동에만 머문다면, 조직 내에서의 영향력은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VCM 전략은 탄소 감축 KPI와 연동되어야 하며, 해당 KPI가 구매 수량, 품질 등 정량적 지표로 구체화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연간 상쇄 목표 설정, 고품질 크레딧 비중, SDGs 기여도 기준 설정 등이 해당되며, 이를 내부 ESG 평가 체계와 연계해 성과로 인정받는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⑤ 리스크 관리 및 시장 전망 대응 전략
VCM은 아직 제도적으로 완전히 정비된 시장이 아니며, 정책, 인증, 기술, 수요 등 다양한 변수가 상존합니다. 특히 향후 Article 6.4 기반 국제 크레딧 제도 출범, 국가별 상쇄 인정 기준 변화, ICVCM 및 VCMI 기준의 법제화 등은 기업의 보유 크레딧의 유효성과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속가능경영팀은 VCM 관련 정책·시장 동향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비상 대응 플랜(크레딧 포트폴리오 다변화, 계약 조건 재정비 등)을 갖추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⑥ 커뮤니케이션 및 브랜드 전략과의 연결
VCM은 단순한 배출량 조절 수단이 아니라, 기업이 기후위기에 얼마나 성의 있는 대응을 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브랜드 신뢰 지표로 작용합니다. 따라서 크레딧 활용 계획과 실행 내역은 외부 커뮤니케이션 전략과 연결되어야 하며, CSR 캠페인, 소비자 접점 마케팅, 투자자 대상 공시에 통합적으로 반영되는 설계가 필요합니다. 고품질 크레딧 사용 사례는 지속가능보고서나 ESG 발표 자료의 신뢰도 향상에도 큰 기여를 합니다.
결론적으로, VCM 전략은 단순 구매 실행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프로젝트 기획부터 품질 평가, 회계처리, 내부 KPI, 리스크 대응, 대외 커뮤니케이션까지 전방위적으로 통합된 체계를 갖춰야 하며, 지속가능경영팀은 이를 주도적으로 설계하고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해야 합니다. 이와 같은 전략적 준비가, 앞으로 VCM을 ESG 핵심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짓게 될 것입니다.
결론 - VCM은 단순한 상쇄 수단이 아닌, 지속가능경영의 전략축입니다
자발적 탄소시장은 이제 불확실한 실험 시장이 아니라, 글로벌 기후 전략의 핵심 수단이자 신뢰 가능한 자산 시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인증 기준의 정비, 기업 수요의 구조화, 기술 기반의 투명성 강화는 VCM의 신뢰도와 활용도를 동시에 높이고 있으며, 이는 지속가능경영팀의 전략적 대응을 요구합니다. 지금은 단순한 크레딧 구매를 넘어서, 감축·투자·공시를 연결하는 통합적 ESG 전략 수립의 시점입니다.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기업이 탄소 리더십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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