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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이야기

파리협정 Article 6, 자발적 탄소시장과 어떻게 연결될까

by idea-4 2025.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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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론

기후위기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은 단순한 국가 간 약속을 넘어, 실질적인 감축 협력 구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파리협정은 이를 위해 국가별 감축 목표(NDC)를 설정하고, Article 6을 통해 국제 감축 협력과 탄소시장 구축의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한편, 기업과 민간 주체들이 자발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이고 크레딧을 거래하는 자발적 탄소시장(VCM) 역시 빠르게 성장 중입니다. 이제 관건은 이 두 체계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가, 즉 Article 6이 민간의 감축 활동을 제도적 목표에 어떻게 포함시킬 수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Article 6의 구조, VCM과의 접점, 그리고 기업과 국가에 주는 시사점을 살펴봅니다.

 

 

파리협정 Article 6, 자발적 탄소시장과 어떻게 연결될까
탄소 발생

 

1. 파리협정 Article 6의 핵심 내용과 구조

파리협정 제6조(Article 6)는 국제적인 온실가스 감축 활동을 국가 간, 또는 민간 주체 간 협력의 틀 안에서 인정하고 이를 국가 감축목표(NDC) 달성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한 조항입니다. 이 조항은 기존 교토의정서 하의 CDM(Clean Development Mechanism)을 잇는 새로운 국제 탄소 메커니즘의 기반이자, 탄소시장과 비시장 메커니즘을 제도적으로 포괄하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국가 차원의 협력을 전제로 한 6.2항, 유엔이 감독하는 감축 메커니즘을 다룬 6.4항, 비시장 방식의 협력을 다룬 6.8항으로 세분화되어 있습니다.

Article 6.2는 가장 현실적이고 탄력적인 협력 메커니즘으로, 국가 간의 감축 실적을 상호 이전할 수 있도록 허용합니다. 이때 감축 실적은 ITMO(Internationally Transferred Mitigation Outcomes)라는 형태로 주고받게 되며, 이는 일종의 감축 성과를 대표하는 디지털 자산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A국이 B국의 감축 프로젝트를 재정 지원하고 그 성과를 ITMO로 이전받아 자국의 NDC 이행에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거래가 가능하려면, 명확한 회계 기준과 투명한 이중계산 방지 체계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합니다. 6.2항은 국가 간 탄소시장 연계, 크레딧 인정 협약, 민관 공동 프로젝트 개발 등 다양한 형태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용성이 매우 높습니다.

한편, Article 6.4는 기존 CDM의 후속 구조로 자리 잡은 새로운 국제 감축 메커니즘입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산하 감독기구(Supervisory Body)가 관할하며, 민간이나 국가가 제출한 프로젝트가 환경적 추가성(Additionality), 투명성, 측정가능성, 영속성 등의 기준을 만족할 경우, 이에 대해 정식 감축 실적을 발행합니다. 이 실적은 승인된 후 각국의 NDC 이행에 반영하거나, 거래를 통해 이전할 수 있습니다. 6.4 메커니즘은 국제 공공성과 신뢰성을 갖춘 구조이기 때문에, 앞으로 자발적 탄소시장과의 연계 지점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Article 6은 기존의 CDM처럼 ‘감축 실적’을 단순히 수치로 거래하는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국가 간 기후외교, 기술 이전, 재정지원까지 포괄하는 협력 플랫폼으로 진화 중입니다. 특히 6.2와 6.4는 각각 분산형(탈중앙화) vs 중앙집중형(유엔 주도) 구조로 구분되며, 참여국의 정책 방향이나 민간 참여 방식에 따라 유연하게 선택될 수 있습니다.

이 조항들의 핵심은 감축 실적의 투명한 회계처리와 이중계산 방지입니다. 즉, A국이 감축 실적을 넘겨준 경우, 해당 성과는 더 이상 A국의 감축목표(NDC)에 포함되지 않아야 하며, 수령한 B국만 이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명확하게 계산 구조를 설정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상계 조정(corresponding adjustment)’이 필수적으로 적용되며, 이는 향후 VCM 크레딧과의 연계 시에도 동일하게 요구될 수 있는 기준이 됩니다.

결국 Article 6은 파리협정의 핵심 실천 도구로서, 국가 간 감축 협력을 제도화하고, 민간 및 자발적 활동을 포괄할 수 있는 법적 틀을 마련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음 장에서는 이러한 구조가 자발적 탄소시장(VCM)의 작동 방식과 어떤 접점에서 연결될 수 있는지, 그리고 실제로 어떤 제도적 전환이 논의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2. 자발적 탄소시장의 성장과 Article 6과의 연결 가능성

자발적 탄소시장(Voluntary Carbon Market, 이하 VCM)은 국가의 규제나 법적 의무가 아닌, 기업이나 기관이 자율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활동을 수행하고, 이에 따른 탄소 크레딧을 거래하는 민간 중심의 시장입니다. VCM은 특히 글로벌 기업들의 넷제로(Net Zero) 목표 설정과 함께 급격히 성장했으며, 2030년까지 연간 수십억 톤의 감축 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VCM의 핵심은 신뢰 가능한 크레딧의 발행과 유통, 그리고 이를 인증하는 민간 기관의 역할입니다. 현재 시장을 주도하는 대표적인 인증 기관으로는 Verra, Gold Standard, American Carbon Registry(ACR) 등이 있으며, 이들은 산림복원, 재생에너지, 농업, 바이오차 등 다양한 프로젝트 유형에 대해 검증 기준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관들은 자체적인 기준을 통해 환경적 추가성, 영속성, 이중계산 방지 등을 평가하고, 크레딧을 발행하여 시장에 공급합니다.

문제는 이처럼 민간 주도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VCM이 국제적 감축 성과로 인정받기 위해 어떤 제도적 연결 고리가 필요한가 하는 점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Article 6과의 연계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Article 6.4 메커니즘은 민간 프로젝트의 감축 성과를 공식적으로 유엔이 인정하는 국제 감축 실적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길을 열어줄 수 있습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연결 방식 중 하나는, 민간 인증기관이 발행한 크레딧이 Article 6.4 체계 하에서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국가 승인(authorization)을 통해 ITMO로 전환될 수 있다는 모델입니다. 예컨대, A국의 기업이 Verra 기준으로 감축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크레딧을 확보한 뒤, 자국 정부가 이를 NDC 이행 수단으로 공식 승인하고, B국 기업에 이전하면 Article 6 기반의 거래가 성립하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연결은 ‘상호 인증 체계의 구축’과 ‘정부 승인 절차의 간소화’를 필요로 하며, 아직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체계는 완성되지 않았지만 논의는 활발하게 진행 중입니다.

이러한 연계 가능성은 VCM의 제도적 위상을 강화하고, 크레딧 수요를 확대하는 중요한 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국제 민간 이니셔티브인 Integrity Council for the Voluntary Carbon Market(ICVCM)은 Verra나 Gold Standard와 같은 주요 인증기관의 기준을 Article 6과 정합성 있는 방향으로 정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Core Carbon Principles(CCPs)를 수립하고 있습니다. CCPs는 향후 Article 6.4에 적합한 고품질 민간 크레딧의 기준점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도 존재합니다. 첫째, VCM 크레딧이 Article 6 기반 크레딧으로 전환되기 위해 어떤 인증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부재하다는 점입니다. 각국 정부가 이를 인정할지 여부도 불확실하며, 민간 프로젝트와 국가 감축목표 간의 조율도 필요합니다. 둘째, VCM에서 발생한 감축 실적을 Article 6에 편입할 경우 이중계산 방지와 상계 조정(corresponding adjustment)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도 제도적 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요인입니다. 이 부분은 다음 장에서 보다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결과적으로, VCM과 Article 6의 연결은 민간 감축 활동이 국제 감축목표(NDC) 이행에 공식 기여할 수 있는 제도적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실현된다면, 향후 기업의 VCM 참여는 단순한 ESG 전략을 넘어, 국가와 글로벌 감축 정책의 중요한 축으로 작용하게 될 것입니다.

 

 

 

 

3. 기회와 리스크: 기업·국가의 이중계산 방지와 시장 전략

자발적 탄소시장(VCM)과 파리협정 Article 6 간의 제도적 연계는 탄소감축 시장의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동시에, 복잡한 리스크 요인도 함께 동반합니다. 특히 이중계산 문제, 소유권 논란, 정부와 기업 간의 감축 실적 배분 문제는 그 중심에 놓여 있습니다. 이 장에서는 그러한 기회 요소와 리스크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을 제안해보겠습니다.

먼저 기회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VCM에서 발생한 탄소감축 실적이 Article 6 체계에 편입될 경우, 해당 크레딧이 국제적으로 법적·제도적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는 점입니다. 이는 곧, 기업이 자체적으로 수행한 감축 활동이 단순한 ESG 실천을 넘어 공식적인 국가 감축목표(NDC)에 기여하는 실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Article 6 기반의 ITMO 전환이 가능해질 경우, 해당 크레딧은 국제적 거래 가능성, 고부가가치 탄소 자산으로의 전환이라는 혜택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또한, Article 6과 연계된 민간 프로젝트는 신뢰성과 투명성 측면에서도 한층 높은 수준의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인증과 정부 승인이라는 ‘이중 필터’를 통과한 프로젝트는, 투자자와 글로벌 바이어들에게도 고품질 크레딧으로서의 신뢰를 줄 수 있으며, 크레딧 프리미엄 형성도 가능해집니다. 이로 인해 기업은 기존 VCM보다 높은 수익성과 브랜딩 효과를 동시에 노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 연계는 중대한 리스크와 복잡한 과제도 함께 수반합니다.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이중계산(Double Counting) 방지 문제입니다. 한 감축 실적이 기업의 넷제로 보고서에 포함되고, 동시에 정부의 NDC 성과로 보고될 경우, 국제 기준에서는 이를 ‘이중계산’으로 간주하여 감축 효과를 무효화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Article 6 기반 거래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상계조정(Corresponding Adjustment) 절차를 거쳐야 하며, 이는 감축 실적의 소유권을 명확히 분리하는 작업을 포함합니다.

여기서 문제는, VCM 프로젝트가 정부의 승인을 받지 않은 채 운영되고 있는 경우, 국가 감축목표와의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A기업이 VCM 프로젝트를 통해 확보한 감축 실적을 ESG 보고에 활용하고, 동시에 외국 기업에 크레딧으로 판매했을 경우, 해당 실적이 한국 정부의 NDC 감축 실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공식 승인(authorization)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이 절차가 없을 경우, 해당 크레딧은 국제 감축 실적으로서의 유효성을 상실할 수 있습니다.

또한, 국가 입장에서는 민간 주도의 감축 실적이 해외로 이전되는 것을 방치할 경우, 자국의 NDC 달성에 필요한 감축 여력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정부는 자발적 탄소시장의 활동을 제한하거나, 감축 실적의 해외 이전을 조건부로 승인하는 제도를 설계할 수 있습니다. 이는 기업 입장에서 크레딧 발행과 활용에 제약이 될 수 있으며, 시장 유동성과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 간의 감축 실적 공유 메커니즘 구축, 즉 VCM과 국가 탄소정책 간의 연계 거버넌스 체계가 필요합니다. 기업은 감축 프로젝트의 기획 단계부터 정부 승인 여부, Article 6 연계 가능성 등을 사전 검토해야 하며, 정부는 민간 프로젝트의 효과를 인정하되, 자국의 감축 목표와 충돌하지 않도록 투명한 배분 기준과 절차를 마련해야 합니다.

요약하자면, Article 6과 VCM의 연결은 기업에게는 국제 감축시장 진출의 문을 열고, 국가에게는 민간 감축 실적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이중계산 방지, 소유권 명확화, 인증 기준 정비, 정부 승인 절차 간소화 등의 과제가 동시에 해결되어야 하며, 이러한 체계가 정착된다면 국제 탄소시장의 신뢰성과 효율성은 한층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입니다.

 

 

 

 

결  론 - Article 6은 자발적 탄소시장과 제도적 접점을 만드는 열쇠입니다.

파리협정 Article 6은 국가 간 감축 협력의 틀을 마련하는 동시에, 민간 주도의 자발적 탄소시장(VCM)과의 제도적 연계를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플랫폼입니다. VCM이 Article 6.2 또는 6.4 체계를 통해 국제 감축 성과로 전환된다면, 기업의 감축 활동은 단순한 ESG 전략을 넘어 국가 감축 목표(NDC)에도 실질적 기여를 할 수 있게 됩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이중계산 방지, 정부 승인, 인증 기준 정비와 같은 제도적 과제를 동시에 풀어가야 합니다. 향후 VCM과 Article 6이 조화롭게 연결된다면, 우리는 보다 신뢰 가능하고 효율적인 글로벌 탄소시장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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