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대신 전통 시장에서 장보기 – 탄소 감축은 발걸음부터 달라야 한다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한 이후, 나는 장 보는 장소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전에는 대형 마트를 당연한 듯 이용했지만, 그곳에서 장을 볼 때마다 수많은 포장재와 과잉 소비 유도 구조에 점점 피로감을 느끼게 되었다. 특히 제로탄소 관점에서 살펴보니, 마트 중심의 소비는 생각보다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구조였다. 포장, 냉장 시스템, 긴 유통 거리, 대형 물류 시스템 모두 탄소 배출과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가 선택한 것은 바로 전통 시장이었다. 이 글에서는 내가 왜 마트 대신 전통 시장을 선택하게 되었는지, 실제 장 보는 과정에서 어떤 변화를 느꼈는지, 그리고 그 변화가 얼마나 실질적인 탄소 감축 효과로 이어졌는지를 구체적으로 공유하고자 한다.
1. 유통거리 줄이기 – 전통 시장이 만드는 짧은 탄소의 흐름
탄소 감축을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개념 중 하나가 바로 '푸드 마일리지'다. 이는 식재료가 생산지에서 소비자에게 도달할 때까지 이동한 거리로, 유통 거리가 길수록 더 많은 연료가 사용되고 그만큼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대형 마트의 식품은 대부분 전국 물류센터를 거쳐 냉장 트럭으로 운반된다. 나 역시 마트에서 신선식품을 살 때 ‘깔끔하고 신선해 보인다’는 이유로 크게 고민하지 않고 선택했지만, 그 뒤에 숨은 탄소 흐름은 전혀 알지 못했다. 반면 전통 시장은 지역 생산자나 상인들이 직접 농산물과 수산물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아, 유통 과정이 간소하다. 시장에서 장을 보면서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는, 내가 자주 이용하는 상인의 채소가 바로 인근 농장에서 아침에 수확되어 온다는 점이었다. 이처럼 짧은 유통은 연료 사용량을 줄이고, 냉장 보관이 필요 없는 경우도 많아 전기 사용량까지 줄어든다. 단순히 신선한 먹거리를 사는 것이 아니라, 탄소 배출을 줄이는 가장 직접적인 소비 방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장 보는 장소를 바꾸는 것이 환경 실천의 첫걸음이라는 걸 확신하게 되었다.
2. 포장 없는 소비 – 시장에서 실현되는 무포장 장보기의 가치
마트에 가면 당연하다는 듯 비닐봉지와 트레이에 담긴 상품을 고르게 된다. 플라스틱랩으로 덮인 두부, 개별 포장된 채소, 폼박스에 담긴 과일 등 마트의 제품들은 ‘보기 좋음’을 우선으로 설계되어 있다. 하지만 이 모든 포장재는 소비 직후 바로 쓰레기로 전락하며, 대부분 재활용되지 않고 소각되거나 매립된다. 그리고 이 폐기 과정에서도 탄소가 배출된다. 전통 시장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많은 상품들이 무포장 상태로 진열되어 있고, 소비자가 원하는 만큼만 덜어 구매할 수 있다. 실제로 나는 장을 보러 갈 때 천주머니와 유리 용기를 들고 가서 콩나물, 버섯, 고춧가루 등을 포장 없이 구매했다. 어떤 상인은 “이런 손님은 반가워요”라고 말하며 적극 협조해주셨다. 시장 특유의 유연함 덕분에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구매가 가능했고, 이는 쓰레기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포장재 생산에 드는 에너지와 폐기 과정의 탄소 배출까지 줄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시장에서는 생산자와 직접 이야기하며 필요한 만큼만 구매할 수 있어 과소비도 방지된다. 결국 포장을 없애는 것이야말로 탄소 감축을 위한 핵심 실천이며, 전통 시장은 이를 가장 자연스럽게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3. 충동구매 대신 계획된 소비 – 시장에서 찾은 탄소 절약형 쇼핑 습관
대형 마트는 소비를 자극하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입구부터 진열된 행사 상품, 1+1, 묶음 할인, 사은품 제공 등은 불필요한 구매를 유도하며, 결국 과소비로 이어진다. 나 역시 “언젠가 쓰겠지”라며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구입한 적이 많았고, 유통기한이 지나 버리는 식재료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과소비는 단순한 돈 낭비가 아니다. 제품을 만들기 위한 원료, 생산 에너지, 포장, 운송까지 모두 탄소를 배출하는 과정이며, 결국 쓰레기 처리 과정에서도 다시 탄소가 발생한다. 전통 시장은 구조 자체가 다르다. 소비를 자극하는 POP 광고나 대형 카트도 없고, 눈에 띄는 자극적 디스플레이도 거의 없다. 대신 나는 장을 보기 전 시장 안을 천천히 돌며 필요한 물품을 정리하고, 꼭 필요한 품목만 골라 구매하게 되었다. 매장 안을 이동하면서 상인들과 눈을 마주치고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나는 물건보다 사람과 연결되는 경험을 하게 되었고, 이것이 소비를 덜 자극하게 했다. 결국 충동구매가 줄어들고, 집에 쌓이는 재고 식품도 줄어들었다. 그 결과 장을 보고 난 뒤 발생하는 쓰레기 양은 확연히 줄었고, 음식물 쓰레기까지 포함한 전체 탄소 배출량 역시 크게 줄어든 걸 느낄 수 있었다. 전통 시장은 단순한 장보기 장소가 아니라, 내가 탄소 감축형 소비 습관을 훈련할 수 있는 최고의 환경이었다.
결론: 소비의 방향을 바꾸면 탄소의 흐름도 바뀐다
제로웨이스트와 탄소 감축을 함께 실천하고 싶다면, 가장 손쉽고 확실한 방법은 장보는 장소를 바꾸는 것이다. 전통 시장은 단순히 정겨운 공간이 아니라, 짧은 유통, 무포장 구매, 충동 없는 소비가 가능한 탄소 저감형 소비 구조를 제공하는 곳이다. 나는 시장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쓰레기통이 덜 채워지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고, 한 달 식비와 쓰레기 배출량, 나의 소비 습관이 모두 달라졌음을 체감했다. 마트 대신 시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단지 방향의 전환이 아니다. 그것은 소비를 줄이고, 이산화탄소를 줄이고, 지구의 미래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선택이다. 오늘 당신의 장보기가 시작되는 곳이 지구를 살리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면, 그 한 걸음은 충분히 의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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