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없이 30일 살기 도전기 – 요리와 장보기가 바뀌었다, 그리고 탄소가 줄었다
어느 날 배달 앱의 ‘지난달 주문 횟수’를 보고 깜짝 놀랐다. 한 달에 17회. 거의 이틀에 한 번꼴로 배달음식을 먹고 있었다. 편리함에 익숙해진 만큼, 나도 모르게 일회용품과 포장재, 음식물 쓰레기를 계속 쌓아왔던 것이다. 환경과 제로웨이스트에 대해 고민하면서도 정작 내가 가장 무심하게 탄소를 배출하고 있었던 곳이 바로 배달이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배달 없이 30일을 살아보기로. 대신 직접 요리하고, 직접 장을 보고, 가능한 한 포장을 줄이며 지내보기로 했다. 이 도전은 단순한 절약 생활이 아니라, 탄소를 줄이는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실험이었다. 30일 동안 내 식생활과 소비 습관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그리고 그 변화는 얼마나 실질적인 탄소 감축 효과를 가져왔을까?
1. 배달을 멈추자 일회용 쓰레기가 줄고, 탄소도 줄기 시작했다
배달을 끊고 가장 먼저 체감한 변화는 쓰레기 양이었다. 특히 플라스틱 용기, 일회용 수저, 비닐봉투, 테이프 같은 배달 포장재가 눈에 띄게 줄었다. 이전에는 하루하루 배달음식을 먹을 때마다 음식보다 포장이 더 크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음식 하나를 먹고 나면 비닐봉투 2개, 플라스틱 용기 23개, 수저 세트까지 포함해 쓰레기통이 금세 찼다. 하지만 30일 동안 배달을 끊자, 이 쓰레기들이 사라졌다. 탄소 배출 관점에서 보면, 이런 포장재 하나하나가 문제다. 플라스틱 용기 하나를 생산하고 소각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는 약 70100g의 탄소를 발생시키고, 여기에 음식 배달 차량의 운송 거리까지 더하면, 한 끼 식사당 평균 12k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고 한다. 내가 평소처럼 30일 동안 배달을 계속했더라면 약 3060kg의 탄소를 배출했을 텐데, 그걸 모두 줄인 셈이었다. 음식을 주문하지 않으니 불필요한 소비도 줄었고, 음식 남기기 역시 줄어들었다. 포장이 없으니 처리 스트레스도 사라졌고, 내가 감당해야 할 쓰레기가 줄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2. 집밥 요리는 어렵지만, 탄소 감축 효과는 확실했다
배달을 끊는 건 생각보다 쉬웠다. 어려웠던 건 요리였다. 처음 며칠은 메뉴 고민, 재료 손질, 조리 시간까지 모든 게 버겁게 느껴졌다. 하지만 일주일쯤 지나니 식단 루틴이 생기고, 점점 익숙해졌다. 주로 한 가지 재료로 여러 음식을 돌려 만들어 먹었고, 채소 위주의 식단을 늘리면서 고기의 사용량도 줄였다. 놀랍게도 이 식단 변화가 탄소 감축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일반적으로 육류는 탄소 배출량이 매우 높은 식품군인데, 소고기 100g당 약 27kg, 닭고기 100g당 약 6k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고 알려져 있다. 반면 채소나 곡물은 그 배출량이 훨씬 적다. 식물성 식단을 늘리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탄소 발자국을 줄이고 있었다. 또, 요리를 하다 보니 남은 재료를 활용하는 능력이 생겼고, 음식물 쓰레기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마트에서 샀던 레몬 하나로 드레싱도 만들고, 반으로 남은 당근은 볶음밥에 활용했다. 하나하나가 사소한 행동이지만, 이 반복이 모여 하루 식사에 들어가는 탄소 배출량을 줄여주었다. 결국 직접 요리한다는 것은 ‘내가 어떤 재료로,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자주’ 먹는지를 통제하는 것이고, 이는 곧 탄소 감축의 실천 그 자체였다.
3. 장보는 방식의 변화 – 로컬푸드와 무포장이 만든 지속 가능한 소비
배달을 끊으면서 자연스럽게 장보는 횟수가 늘어났다. 처음엔 마트 위주로 장을 봤지만, 점점 전통 시장이나 로컬푸드 매장을 찾게 되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포장이 없고, 필요한 만큼만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트에서는 묶음으로 사야 하는 채소가 많았고, 그만큼 음식물 쓰레기로 이어지기 쉬웠다. 반면 시장에서는 고추 세 개, 당근 하나처럼 소량으로도 구매가 가능했고, 포장 없이 천주머니나 유리용기에 담아올 수 있었다. 무엇보다 로컬푸드의 가장 큰 장점은 유통거리가 짧아 탄소 배출이 적다는 것이다. 유통이 단축되면 냉장 운송, 장거리 트럭 이동, 대형 창고 보관 등이 줄어들고, 그만큼 에너지 소비도 줄어든다. 실제로 지역 농산물 위주로 장을 보기 시작하면서 식재료의 신선도가 높아졌고, 음식도 더 오래 보관할 수 있었다. 장보는 일 자체가 불편한 일이 아니라, 탄소 감축을 위한 적극적인 실천으로 바뀌었다. 이제는 계획적으로 필요한 만큼만 사고, 장보기 리스트를 사전에 작성해 불필요한 소비를 줄인다. 이 변화는 내가 지구를 덜 소비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자각을 만들어주었고, 결과적으로 식생활 전체의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결론: 배달을 멈춘 30일, 탄소를 줄이고 삶을 다시 디자인하다
30일 동안 배달 없이 살아본 경험은 단순한 도전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내 식생활과 소비 습관, 일상 속 탄소 감축 실천을 돌아보는 계기였다. 처음에는 번거롭고 귀찮게 느껴졌지만, 시간이 갈수록 음식이 더 정직해졌고, 나의 소비가 더 명확해졌으며, 내가 만드는 탄소가 확실히 줄어들었다는 체감이 생겼다. 가장 놀라웠던 건, 삶이 조금 느려졌지만 훨씬 가볍고 지속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앞으로도 모든 배달을 끊을 수는 없겠지만, 불필요한 주문을 줄이고, 가능한 직접 요리하며, 탄소를 줄이는 방향으로 생활을 이어가려 한다. 배달 없이 사는 한 달은 끝났지만, 그 안에서 배운 감각은 계속 내 삶을 이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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