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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이야기

탄소 감축의 관점에서 본 소비의 함정 - 사면 안 되는 제품

by idea-4 2025.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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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웨이스트 입문자가 절대 사지 말아야 할 제품 5가지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려고 결심하면 누구나 한 번쯤은 ‘친환경 제품’을 사야 할 것 같다는 압박감을 느낀다. 나 역시 그랬다. 환경을 생각한다는 이유로 다양한 제품들을 검색했고, 그중에는 ‘제로웨이스트 입문 필수템’이라는 말에 혹해 충동 구매한 것도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깨달았다. 제로웨이스트는 ‘물건을 더 사는 것’이 아니라, ‘덜 소비하고 오래 쓰는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특히 탄소 감축의 관점에서 보면, 어떤 제품은 애초에 사지 않는 것이 가장 친환경적이다. 이번 글에서는 내가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며 실제로 후회했던 소비 경험을 중심으로, 입문자들이 절대 사지 말아야 할 제품 TOP 5를 소개한다. 이 제품들이 왜 문제인지, 어떤 대안을 선택하면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지도 함께 안내할게.

 

제로웨이스트 입문자가 절대 사면 안 되는 제품 TOP 5
천연 비누, 수세미

 

1. 다채로운 색상의 실리콘 빨대 – ‘친환경’으로 포장된 탄소 폭탄

제로웨이스트를 시작하자마자 나는 실리콘 빨대를 몇 개 구입했다. 알록달록한 색감에 세척솔까지 세트로 구성된 상품은 ‘친환경 입문템’이라는 이미지로 꽤나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실리콘 제품은 제조 과정에서 고온과 화학 처리를 필요로 하며, 이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탄소가 배출된다. 특히 다색 제품은 염색 공정을 한 번 더 거치기 때문에 에너지 사용량도 늘어난다. 더불어 빨대를 사용하는 습관이 없던 나에게 이 제품은 결국 ‘안 써도 되는 물건’이었다. 다시 말해, 사용빈도가 낮은 실리콘 빨대는 나의 욕망이 만든 불필요한 탄소였다. 만약 정말 빨대가 필요하다면, 이미 집에 있는 스테인리스 빨대를 활용하거나 아예 빨대를 쓰지 않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훨씬 더 탄소 감축에 도움이 된다. 입문자는 처음에 ‘준비’를 하느라 여러 가지를 사고 싶어지지만, 제로웨이스트는 철저히 ‘나에게 필요한 것만 쓰는 습관’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2. 포장지 많은 ‘에코 라이프 키트’ – 포장이 만든 이산화탄소의 역설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응원한다며 판매되는 에코 키트 상품들은 보기엔 친환경적이다. 하지만 그 키트를 받아보면, 내부에 수십 개의 작은 제품들이 각각 포장되어 있고, 그 포장을 감싼 또 다른 박스, 그리고 그 바깥을 둘러싼 완충재까지 이중, 삼중 포장으로 이뤄져 있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과도한 포장은 탄소 배출의 큰 원인이다. 제품 하나를 보호하기 위해 덧붙여진 비닐과 종이는 결국 생산→운송→소각 과정에서 탄소를 반복적으로 배출하며, 대부분 재활용되지 못하고 소각되거나 매립된다. 나 역시 처음엔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키트를 샀지만, 구성품 중 절반은 내 생활에서 쓸 일이 없었다. 결국, 나는 필요 없는 물건을 사며 탄소를 배출했고, 그 물건을 보관하다가 다시 버리는 과정까지 탄소 감축과는 거리가 멀었다. 제로웨이스트의 핵심은 ‘물건의 양’이 아니라 ‘물건의 지속 가능성’이다. 무언가를 세트로 산다는 건 그만큼 불필요한 탄소를 포함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기억하자.

 

 

3. ‘제로웨이스트용’ 새로 산 유리 밀폐용기 – 대체 가능한 것을 굳이 사지 말자

유리 밀폐용기는 분명 플라스틱보다 낫다. 그러나 그것이 ‘새 제품’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유리는 재사용이 가능한 재질이지만, 새로 생산되는 과정에서 엄청난 고온의 에너지를 소비하며, 이는 탄소 배출로 이어진다. 특히 내가 구입했던 유리용기 세트는 디자인이 예쁘고 모양이 통일되어 있어 정리 욕구를 자극했다. 하지만 사용 목적은 기존의 플라스틱 용기나 다쓴 잼 병으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나는 ‘새로운 친환경 물건’을 사기 위해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한 셈이었다. 탄소 감축의 관점에서 보면, 이미 집에 있는 물건을 재사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잼 병, 소스 병, 커피 유리잔 등은 세척만 하면 훌륭한 밀폐 용기로 활용할 수 있고,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소비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 제로웨이스트 실천 초기에 가장 흔하게 빠지는 함정은 ‘기존 물건을 대체하기 위한 새 물건 구매’인데, 이 실수는 꼭 피해야 한다.

 

 

4. 친환경 종이컵 대체품 – 일회용은 결국 일회용일 뿐이다

제로웨이스트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나는 ‘친환경 종이컵’이라는 제품에 관심을 가졌다.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컵이라거나, 생분해 가능하다는 설명에 혹해 구입한 적이 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이 제품들도 제조 과정에서는 높은 열을 사용하며, 전분 추출 과정에서 대량의 물과 에너지가 소비된다. 무엇보다, 종이컵 자체가 ‘일회용품’이라는 점에서 탄소 감축과는 거리가 멀다. 아무리 분해된다 해도 생산→배송→폐기라는 3단계에서 에너지는 반드시 소비되며, 이는 이산화탄소 배출로 이어진다. 나는 결국 ‘지속 가능한 텀블러’를 사용하는 쪽이 훨씬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선택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만약 외출 중 일회용 컵이 불가피하다면, 그 순간보다 더 중요한 건 평소의 루틴을 텀블러 중심으로 바꾸는 것이다. ‘친환경’이라는 말에 현혹되기보다, 사용 횟수와 수명, 그리고 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소비가 진짜 환경을 위하는 길이다.

 

 

5. 저가형 다회용 장바구니 여러 개 – 하나만 제대로 오래 쓰는 것이 정답

제로웨이스트를 시작하며 나는 장바구니를 종류별로 여러 개 구입했다. 패브릭 재질, 메시 재질, 코튼백, 접이식 에코백까지. 그런데 이 장바구니들 중 실제로 꾸준히 사용하는 건 23개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서랍 안에서 먼지만 쌓였다. 장바구니 하나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면 섬유를 재배하고 방직, 염색, 봉제 등의 공정을 거치며, 그 과정에서 수백 리터의 물과 약 12kg의 탄소가 배출된다. 이처럼 ‘친환경’이라는 이유로 지나치게 많이 사는 것은, 오히려 탄소 배출을 늘리는 역설적인 소비다. 결국 가장 좋은 장바구니는 ‘하나를 꾸준히 오래 쓰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고 잘 어울리는, 충분히 튼튼한 장바구니 하나만 있어도 생활 속 플라스틱 포장을 줄이기에 충분하다. 필요한 만큼만, 그리고 정말 쓸 수 있는 것만 갖는 것이야말로 탄소 감축을 위한 진짜 미니멀리즘 실천이라는 것을 이 경험을 통해 배웠다.

 

 

결론: 사지 않는 용기, 줄이는 습관이 탄소를 줄인다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면서 내가 가장 크게 배운 교훈은 이것이다. ‘친환경 제품을 사는 것’보다 중요한 건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것’이다. 특히 탄소 감축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어떤 제품도 ‘없던 것을 새로 사는 행위’는 필연적으로 탄소를 발생시킨다. 제로웨이스트는 쓰레기 없는 삶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탄소 없는 소비’를 지향하는 실천이다. 이번 글에서 소개한 다섯 가지 제품은 모두 내가 실제로 사용해보고 느꼈던 후회와 깨달음이 담긴 경험이다. 입문자일수록 ‘뭔가를 갖춰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휘둘릴 수 있지만, 진짜 제로웨이스트는 사지 않는 용기와 줄이는 습관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꼭 기억하자. 그것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탄소 감축의 가장 현실적이고 강력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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