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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이야기

일회용품 없이 살아보기: 탄소 감축을 위한 현실 후기

by idea-4 2025. 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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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론

일회용 플라스틱이 넘쳐나는 일상 속에서 ‘제로웨이스트’라는 단어는 늘 멀게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탄소중립, 기후위기라는 말이 점점 피부로 와닿으면서, 나 역시 뭔가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작은 실천, 바로 **‘일회용품 없이 살아보기’**입니다. 이 글은 환경을 위한 대단한 도전이라기보다는, 한 입문자가 생활 속에서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해 어떤 시도를 했고, 어떤 불편을 겪었으며,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담은 현실적인 후기입니다. 제로웨이스트가 결코 완벽한 삶은 아니지만, 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작은 참고가 되기를 바랍니다.

 

일회용품 없이 살아보기: 제로웨이스트 입문자의 현실 후기
제로 웨이스트

 

 

 

1. 텀블러와 장바구니로 시작한 제로웨이스트 루틴

제로웨이스트라는 말을 처음 접했을 때, 머릿속에 떠오른 이미지는 완전히 포장 없는 삶, 물건 하나 살 때도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완벽한 실천자’의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내가 그 길을 걸어보려 하니, 그렇게 거창하게 시작하면 금세 지쳐버릴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은 작고 실현 가능한 변화였습니다. 바로 텀블러 하나, 장바구니 하나였습니다.

매일 아침 들르던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테이크아웃을 하던 습관을 멈추고, 집에서 텀블러에 커피를 내려가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종이컵 하나 안 쓰는 것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될까 싶었지만, 계산해보니 종이컵 하나에 뚜껑, 슬리브, 비닐포장까지 포함하면 하루에 10g 이상의 플라스틱과 종이를 줄이는 셈이었습니다. 일주일이면 70g, 한 달이면 약 300g. 작지만 꾸준한 감축이라는 걸 몸으로 느끼게 됐습니다.

장바구니는 생각보다 훨씬 더 다양한 상황에서 역할을 했습니다. 대형마트는 물론이고 편의점, 동네 과일가게, 빵집에서도 일회용 비닐봉지를 거절할 수 있게 되자, 내가 얼마나 많은 비닐을 무심코 받아왔는지를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과일을 살 때마다 작은 비닐에 나눠 담던 습관이 있었는데, 이를 파우치나 작은 그물망으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일주일에 최소 10장 이상의 비닐 사용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또한 생활 속에서 조금씩 늘려간 것이 **‘포장이 덜한 제품 선택’**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치약도 튜브형 대신 고체 치약을 써보거나, 액체 샴푸 대신 바 형태의 샴푸바를 사용하는 식이었죠. 이런 제품은 일반 대형마트에서는 보기 힘들지만, 제로웨이스트샵이나 온라인 소셜커머스를 통해 구할 수 있었고, 처음엔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해졌습니다.

이러한 작은 실천이 쌓이자 일회용품을 줄이는 것 자체가 습관처럼 몸에 밴다는 점이 가장 큰 수확이었습니다. 텀블러를 안 챙기면 왠지 찜찜하고, 장바구니를 놓고 나왔을 땐 불편함을 느끼는 나 자신을 보며, 그간 일회용에 얼마나 무뎠는지를 반성하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이 실천이 단순히 쓰레기 감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배출하는 탄소를 직접 줄이고 있다는 자각이 생기자 훨씬 큰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순조롭지는 않았습니다. 텀블러를 씻어야 하는 번거로움, 고체 치약의 낯선 사용감, 장바구니를 깜빡하고 외출했을 때의 불편함도 있었죠. 하지만 그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나에게 맞는 방법을 하나씩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제로웨이스트 실천의 핵심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텀블러 하나, 장바구니 하나로 시작한 실천은 어느덧 내 생활 전반을 바꾸는 루틴이 되었고, 더 나아가 탄소 감축이라는 구체적인 목표와도 연결되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장에서는 이런 실천이 마주한 현실적인 불편과 제약, 즉 ‘제로웨이스트의 현실적 장벽’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해보겠습니다.

 


2. 포장 없는 삶의 불편함: 현실 장벽과 마주하기

제로웨이스트의 개념은 분명 매력적입니다. 소비를 줄이고, 쓰레기를 줄이고, 더 나은 환경을 위해 행동한다는 철학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그 철학을 일상에 적용해보면, 생각보다 높은 현실의 장벽과 마주하게 됩니다. 특히 일회용품이 기본값이 된 사회에서는 ‘안 쓰기’가 곧 불편을 감수하는 일이 되기 때문입니다.

가장 먼저 느낀 어려움은 배달 음식이었습니다. 일회용품 없이 산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피곤한 퇴근길이나 주말 늦은 오후,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을 열어 배달 앱을 실행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음식은 비닐, 플라스틱, 폼 용기에 담겨 오며, 요청란에 ‘일회용품 제외’ 체크를 해도 의미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설령 요청대로 수저를 빼도, 포장재는 그대로 남습니다. 결국, 포장 없는 외식이나 배달을 실현하려면 음식을 직접 가지러 가거나, 다회용기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부 매장을 찾아야만 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런 선택이 가능한 상황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또한 제로웨이스트 매장의 접근성 문제도 큰 장벽이었습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제품, 포장 없이 파는 샵들은 대부분 도심지에 한정되어 있고, 가격도 일반 제품보다 비쌉니다. 예를 들어 고체 치약이나 샴푸바, 리필용 세제 등을 파는 매장을 찾아가야 하는데, 지방이나 중소도시 거주자는 온라인 구매 외에는 선택지가 거의 없습니다. 온라인으로 주문하더라도, 아이러니하게도 종종 포장재가 과하게 동봉되어 오기도 했습니다.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기 위해 포장을 사는 셈이죠.

마트나 편의점에서 느끼는 무력감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과일 하나를 사더라도 대부분 비닐에 개별 포장되어 있고, 생필품 대부분이 포장을 기준으로 진열되어 있습니다. 대체재가 없어 불가피하게 포장 제품을 살 때마다, 실천을 지속하려는 의지가 흔들리곤 했습니다. 이런 소비 구조 속에서 ‘포장 없는 선택’을 하는 일은, 때론 환경보다 시간, 체력, 정보력이 더 필요한 일처럼 느껴졌습니다.

또 하나 예상치 못한 장벽은 사회적 시선과 관계된 불편함이었습니다. 텀블러를 들고 다니거나, 장바구니에 물건을 하나씩 담는 모습은 일부 장소에서 ‘유난스럽다’는 반응을 부르기도 했습니다. 특히 다회용기를 들고 식당에 들어가 포장을 요청할 때, 직원이 난처해하거나 거절하는 일도 있었죠. 때로는 친절한 설명을 들을 수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의아하거나 번거로운 손님 취급을 받기 일쑤였습니다. 환경을 위한 선택이 오히려 사회적 거리감을 만드는 듯한 느낌도 받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완벽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실천을 지속하는 데 큰 장애가 됐습니다. 처음엔 포장 없는 삶을 실현하려 노력했지만, 일상 속에서 실패가 반복되자, 스스로를 자책하거나 좌절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포장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건데, 가끔 배달을 시킨다든가 간편식을 먹게 되면, ‘이럴 거면 뭐하러 시작했지?’라는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험을 반복하며 깨달은 건, 제로웨이스트는 완벽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방향성을 추구하는 실천이라는 점이었습니다.

결국 포장 없는 삶은 여전히 현실적으로 도전적인 과제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불편과 마찰을 겪으며 얻은 교훈은 분명합니다. 실천은 작을수록 지속 가능하고, 스스로의 한계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 또한 환경을 위한 중요한 자세라는 사실입니다. 다음 장에서는 이러한 시행착오 끝에 얻은 나만의 지속 가능한 방식, 그리고 실제로 어떤 탄소 감축 효과를 느꼈는지를 소개하겠습니다.

 

 

 

 

3. 생활 속 탄소 감축 체감과 나만의 지속 전략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면서 가장 궁금했던 점은 **‘내가 진짜 탄소를 얼마나 줄이고 있는가’**였습니다. 일회용품을 줄이는 것 자체로도 의미는 있었지만, 실제로 환경에 얼마나 도움이 되고 있는지 체감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죠.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탄소 감축량을 수치로 확인해보려는 시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먼저 활용한 도구는 **‘탄소발자국 계산기’**였습니다. 환경부와 일부 NGO, 또는 글로벌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웹 기반 계산기를 이용하면, 내가 줄인 비닐봉지나 종이컵, 배달 횟수 감소가 연간 몇 kg의 탄소를 줄이는 효과가 있는지 추정해볼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종이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한 것이 연간 약 7kg의 탄소 감축 효과를 낸다고 했고, 일회용 비닐봉지를 1주일에 10장 줄이면 1년 기준으로 50kg 이상을 감축하는 효과가 있다는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숫자로 감축량을 보는 순간, 이전보다 실천에 대한 동기부여가 훨씬 강해졌습니다. 체감은 잘 안 되지만, 이런 수치가 쌓이면 어느새 내가 배출하는 생활 탄소량이 절감되고 있다는 현실감이 생깁니다. 나 하나의 변화가 작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일상 속 습관 변화만으로도 1년에 수십 kg에서 많게는 100kg 이상의 감축이 가능하다는 것은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닙니다.

하지만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완벽한 실천보다 유연한 전략이 더 중요하다는 것도 체감했습니다. 예를 들어, 모든 포장을 피하려 애쓰기보다는 선택적으로 줄일 수 있는 것부터 실천했습니다. 자주 가는 마트에 리필 코너가 없으면, 대신 벌크형 제품을 사고, 배달을 피하기 어려운 날엔 최소한 ‘일회용 수저 제외’ 같은 설정을 철저히 지켰습니다. 불가능한 실천을 자책하기보다, 가능한 실천을 반복하고 확장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실천의 핵심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또 하나의 전략은 ‘비공식적 전파’였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실천을 강요하진 않았지만, 내가 텀블러를 쓰는 모습, 장바구니를 챙기는 행동, 포장이 덜 된 제품을 고르는 습관을 자연스럽게 드러냈습니다. 그러자 회사 동료나 친구들도 하나둘씩 텀블러를 쓰기 시작했고, 장바구니를 잊으면 아쉬워하는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큰 사회적 탄소 감축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방식이었습니다.

실천을 이어가기 위해 만든 나만의 장치는 작은 목표 설정과 기록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이번 주는 비닐봉지 5장 이하 사용’, ‘배달은 1회 이하’, ‘포장 없는 채소 구매 2회 이상’ 같은 미션을 스스로에게 부여하고, 성공 여부를 기록장에 적어두었습니다. 실패하더라도 다시 리셋하고 다음 주를 준비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 방식은 환경과의 약속을 무겁지 않게 지켜내는 하나의 동기부여 도구가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삶의 만족감이 올라갔다는 점입니다. 플라스틱을 덜 쓰면서 더 건강한 식생활로 전환되고, 소모적인 소비를 줄이면서 지출도 자연스럽게 감소했습니다. 환경을 위한 실천이 나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감각은, 생각보다 큰 보상으로 다가왔습니다. 결과적으로 제로웨이스트는 탄소 감축을 위한 도전이었지만, 나와 내 삶을 위한 실험이자 성장의 계기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얻은 가장 큰 교훈은 단 하나였습니다. 완벽한 제로웨이스트를 목표로 하지 말고, 내 삶에 어울리는 감축 방식을 찾는 것. 그것이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전략이라는 것입니다.

 

 

 

 

결  론 - 제로웨이스트는 완벽이 아닌 방향입니다.

일회용품 없이 살아보겠다는 다짐은 단순한 환경 실천을 넘어, 나의 소비를 돌아보고 삶의 방식을 조율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분명 불편함도 있었고, 때론 포기하고 싶을 만큼 번거로운 순간도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탄소 감축의 의미와 일상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중요한 건 완벽함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조금씩 덜어내고 바꾸는 태도입니다. 탄소중립은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매일의 작고 반복된 실천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앞으로도 나만의 제로웨이스트를 이어가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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